지난해 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인해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견된 2층 여성사우나에서 단 1명이라도 비상구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더라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비록 화재 당시 목욕용품 등을 보관해 놓은 철제 선반 등이 2층 비상구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해도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빠져나올 공간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전소에 가까울 정도로 불에 탄 3층 남자사우나에서는 손님들과 함께 있던 이발사가 비상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 빠져나올 수 있었기에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2월 27일 강원 강릉 8층 건물 7층 레스토랑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신속한 경보 발령과 직원들의 재빠른 비상구 쪽으로의 이동 유도로 8층에서 영화를 관람중이던 300명 이상의 관객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재난 발생시 비상구 등 안전한 대피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신속한 대피를 유도할 수 있는 훈련된 직원의 존재 여부가 생사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제천 화재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비상구 문제뿐만 아니라 비상등, 스프링클러 등 부실하지 않은 화재 예방 및 차단 장비가 없었다. 물론 이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조금이나마 더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겠지만, 기존 화재 시스템이나 비상대피 방식은 단순 경보에 불과하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재난 상황에 따른 대피 경로를 실시간으로, 능동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기술의 발전은 4차 혁명 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극장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철 등 재난 발생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의 재난 대비 및 대피 시스템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구시대적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이 때문에 대형 화재나 재난 발생 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지게 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 대응시간, 즉 골든 타임 내에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더 안전하게’ 대피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대피 방식의 한계와 평소 부주의 등으로 인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이제는 재난 발생으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시대적 대응 방식은 가능한 빨리 바뀌어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디지털 융합 기술은 재난안전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난 발생 시 피난자들을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능동형 피난유도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비상 시 특정한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분산시키고,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복잡한 시설에서도 대피경로를 따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화재, 유해가스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초저전력 무선통신, 안전한 대피로 산출 등을 지원하는 능동형 피난유도 시스템은 유사 시 중앙제어실은 물론 기기 간 통신에 의해서도 조명과 화살표, 음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한 탈출 방향을 제시하여 준다. 기기 자체의 음성 안내와 더불어 기존 방송시스템과도 연결이 가능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나 시각장애인에게도 피난경로를 제공하여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 비상 시 고립지점 및 안전한 경로 정보를 소방대원들에게도 제공하여 구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적 변화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고, 충동적으로 움직이기가 쉽다. 그래서 골든타임 내에 비상대피를 유도하지 않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건물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형식적이거나 낡은 재난 관련 시스템을 대체할 능동형 피난 유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난 발생에 따른 대형 인명 참사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분야가 적극 노력하여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 앞당겨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동오 ㈜코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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