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 남방정책 선언은 매우 스마트한 선택이다.”(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 “인도주의까지 포괄하는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아르찬드라 타하르 인도네시아 에너지자원부 부장관), “신 남방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나릿 터싸티라싹 태국 투자청 부청장).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요 4개국’ 수준으로 격상한다는 우리 정부의 ‘신 남방정책’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이 지역 주요국 핵심 각료는 물론이고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전문가 집단도 적극 지지 및 호응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들 각료와 전문가들은 한국과 최상의 협력이 가능한 자국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등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세안 주요국의 뜨거운 반응에는 최근 동남아 공략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대국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균형을 지키려는 ‘전략적’ 계산도 물론 담겨 있다. 하지만 한국만이 가진 특별한 장점도 중요한 이유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남아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비슷한 시기에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는데, 한류 덕분에 최근 호감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은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ㆍ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걸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서 한ㆍ중ㆍ일 3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와얀 딥타 인도네시아 중기부 차관도 “일본 자동차가 90% 이상을 장악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한국 현대ㆍ기아차가 진출한다면 경쟁을 통해 인도네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세안 각국이 원하는 협력 분야는 지정학적 위치, 자원ㆍ기술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인프라ㆍ에너지ㆍ자동차 분야, 말레이시아는 정보기술(ICT), 필리핀은 항만ㆍ관광ㆍ교육ㆍ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투자 및 기술이전을 희망했다. ADB 역시 ▦항만ㆍ녹색해운(친환경 해운) 등 해운물류 분야 ▦한국의 앞선 정보기술(ICT)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 분야를 ‘신 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지대로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의 방산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범정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신 남방정책’을 성공시키려면 현지 정착 한국 기업인, 즉 ‘한상’(韓商)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타하르 인도네시아 부장관은 자국 대표 한상 기업인 코린도그룹에 대해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사업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김규갑 마닐라지점장도 “영업 기반이 전혀 없는 필리핀에 안착하는 과정에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나서준 필리핀 한상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마닐라(필리핀)ㆍ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철환 국제부장 / 하노이(베트남)ㆍ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정민승특파원/ 방콕(태국)=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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