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R솔루션 ‘릴루미노’ 소재
허진호 감독, 한지민ㆍ박형식 주연
30분 분량의 무료 단편영화
“짧은 시간에 큰 감동” 호평 쏟아져
국내 영화계에서 관객 1,000만명은 흥행 대성공의 기준이다. 지난달 20일 개봉해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된 ‘신과 함께-죄와 벌’이 역대 20번째일 정도로 오르기 힘든 고지다.
온라인 무료상영이라 극장 개봉 영화와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국내에서 만든 영화 한 편이 전 세계 2,000만명의 시선을 붙잡아 화제다. 삼성전자가 사내벤처 C랩의 저시력 시각장애인용 솔루션 ‘릴루미노’(빛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를 주제로 제작한 단편영화 ‘두 개의 빛:릴루미노’다.
7일 오전 유튜브에서 ‘두 개의 빛’은 조회 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유튜브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자체 집계한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조회 수는 총 2,000만 건을 넘어섰다. 예고편과 메이킹 필름, 출연자 인터뷰에 시각장애인용 음성설명 버전 등 영화 관련 영상을 합친 전체 조회 수는 이날 오전 기준 3,300만 건 이상이다. 두 개의 빛은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시네마에서 특별상영회 뒤 온라인에 배포됐다. 한국어로 녹음됐지만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11개 언어 자막이 첨부됐다.
30분 분량인 두 개의 빛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등으로 유명한 멜로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한지민은 시각장애를 가진 당찬 성격의 아로마 테라피스트 ‘수영’을, 아이돌 그룹 출신 박형식은 시력을 잃어 가는 피아노 조율사 ‘인수’ 역을 맡았다.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수영과 인수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단순한 줄거리 속에 시각장애인의 애환은 물론 사회의 선입견이 녹아있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도와주려는 할머니에게 “그냥 놔두는 게 도와주는 거에요”라고 한 수영의 대사가 대표적이다.
기어VR에 장착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포착하는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도록 재조정하는 릴루미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수단 정도에 그친다. 릴루미노를 부각하는 대신 시각장애인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낸 게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영화 리뷰나 댓글 등에서도 “짧은 시간에 무한감동을 준 영화” “시각장애인에 대해 조사가 잘 됐고 연기도 좋다” “광고라 해도 칭찬합니다” 같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릴루미노는 지난해 8월 VR 전문업체 오큘러스가 운영하는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에 배포됐다. 스마트폰과 VR기기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무겁고 불편하다는 한계가 있다.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는 한층 발전한 선글라스 형태 ‘릴루미노 글래스’ 시제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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