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에 서민 불만 늘자
복지 쏟아내…개혁 후퇴 우려
특권폐지 반발한 왕자 11명 수감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ㆍ사회 개혁 작업이 혼선을 빚고 있다. 특권 박탈에 반대하는 왕가 인사들에게는 사법처리 등 계속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긴축에 따른 민심의 반발을 의식해 대규모 복지지원책을 내놔 개혁 드라이브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 검찰은 6일(현지시간) 전기요금 면제 등 특권 폐지에 항의해 리야드의 카스르 알후크 궁전에서 집단 농성을 벌인 왕자 11명을 붙잡아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사우디 알모젭 검찰총장은 이날 “체포된 왕자들은 미납 전기료를 내라는 왕명을 거부했다”면서 “사우디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왕자는 왕실 구성원에게도 전기요금 납부 의무를 부과하고 전기ㆍ수도료 보조금 혜택을 중단시킨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칙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고강도 개혁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왕족과 전ㆍ현직 고위공직자 등 200여명을 부패 등 혐의로 체포했다. 기득권층의 검은 돈을 환수해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자신의 경제개혁 구상, ‘비전 2030’의 종잣돈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석유제품 구매용으로 서민들에게 지급해 온 국가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올해부터 모든 상품에 5%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등 재정 확보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긴축 정책에 대한 불만이 들끓자 사우디 정부는 5일 국왕 명의로 대대적인 복지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무원들에게 ‘생활보조금’ 격으로 월 1,000리얄(28만3,000원)을 지급하고 예멘 등 전장에 파견된 군인들에게도 5,000리얄이 주어진다. 은퇴자 및 사회보장수급자들에게는 월 500리얄의 보조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사우디 국민의 3분의2 이상임을 감안하면 인센티브 증가는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당국이 필요하지만 고통스러운 개혁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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