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수도권 부대서 직접 훈련명령
중국군 최신 무기로 실탄 훈련
강군몽(夢)을 주창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벽두부터 연이어 군 관련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시 주석이 올해 훈련 시작을 선언하자마자 실탄사격 훈련을 벌이는가 하면 북중 접경지대 경비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 행보가 권력기반 강화 및 북한 급변사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식 인터넷매체인 중국군망에 따르면 지난 3일 남부지역의 모 육군부대에서 새해 들어 첫 실탄훈련이 실시됐다. 이 훈련에는 최신형 전차와 지대공미사일, 개인화기를 갖춘 1,000여명의 무장병력 등이 참가했다. 중국군망은 신형 화기의 성능 점검과 함께 비상사태 대처 능력 향상에도 초점이 맞춰졌으며 6시간의 훈련에서 당초 예상했던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건 실탄훈련이 실시된 지난 3일이 시 주석이 보여준 행보다. 그는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등 수도권을 방어하는 중부전구(戰區)에서 열린 ‘2018년 군 동원훈련대회’에 참석해 직접 훈련명령 내렸다. 또 중부전구의 한 육군부대를 직접 시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정치적 목적의 궐기대회 성격도 포함된 동원훈련대회에서 훈련명령을 내리자마자 곧바로 육군부대가 최신 무기를 이용해 실탄훈련을 벌인 건 국내외에 강군몽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군복 입은 모습을 자주 연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동원훈련대회에 겨울용 군복에다 털모자를 쓰고 참석해 “고난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며 실전형 군사훈련을 강조했다. 그는 중부전구 육군부대 시찰 때도 군복 차림으로 중국이 자체 제작한 전차에 탑승하는가 하면 신형 소총을 들어 조준경을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보여줬다. CCTV를 비롯한 관영매체는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보도했다.
중국이 연초부터 시 주석의 군 관련 활동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세계 최강전력인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시 주석이 군부대 시찰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가장 비장했던 사례로 꼽히는 송구펑(松骨峰ㆍ송골봉) 전투를 언급한 게 단적인 예다. 송구펑 전투는 1950년 11월30일 중국군 100여명이 미군 7,000여명과 대적해 6시간 넘게 치열한 전투를 벌여 7명만 살아남으면서도 진지를 지킨 전투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북부전구 육군사령관에 자신이 신임하는 엘리트 간부를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시 주석은 동원훈련대회 참석과 현장부대 시찰 이튿날 군부 내 시진핑 인맥 중 한명인 왕인팡(王印芳) 소장을 북부전구 육군사령관으로 임명해 한반도 유사시에 대응하는 책무를 맡겼다. 북부전구 육군 휘하의 4개 집단군은 지난해 말부터 접경지역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은 집권 2기의 첫 해인 올해 연초부터 잇따라 군 관련 행보에 나서면서 중국의 강군 건설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확실히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1인 체제를 공고히 하고 외부적으로는 경쟁국과 제3국가들에게 중국의 실력을 보여주는 한편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음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