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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당신은 시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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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당신은 시민입니까?

입력
2018.01.07 10: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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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가장 빛났던 사람은 바로 시민들이다. 광장의 촛불은 한동안 잊혔던 시민의 힘을 다시 이끌어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그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주요한 원인은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복잡하고 다양해진 시민의 이해를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정파적 이익에 따라 좌우되는 정치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시민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를 대체할 것이라는 성급한 견해도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시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지만 전문성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거대한 사회규모와 첨예화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효율성 측면에서도 제한적이다. 대의제의 보완적 형태로서 직접 민주주의적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주된 흐름이 되는 이유이다.

시민참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지방 차원에서는 참여예산 제도를 비롯하여 주민감사청구, 시민위원회 등의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공론화위원회, 공공기관평가 등이 있으며, 국민발안도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는 이미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한 기능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생각해볼 것들이 있다. 시민의 참여에 의한 결정이 궁극의 해결책인가 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갈등을 해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재개, 점진적 원전 축소라는 절묘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모두가 승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하다. 시민단체는 전문성을 갖춘 시민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체가 정치화하거나 관료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도 중립적 시민이 아닌 해당 기관과 친한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돌아볼 일들도 있다. 시민의 참여가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주어진 의무는 다하고 있는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참여 제도를 만들어도 그 내면을 채우는 역량과 책무성이 부족하다면 결과 역시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을 보면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에 비해 특히 시민의식은 초라하다. 최근 제천 화재사고 때 소방차의 진입을 막은 불법주차를 두고 시민의식의 부재를 한탄했지만, 불과 얼마 후 경포대의 소방서는 해돋이 관광객들의 차들로 인해 진출입로가 막혔다. 비록 특정 사례이지만 우리 시민의식의 보편적 현주소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시민은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 시민이 시작되었던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전투에 참여해 피와 땀을 흘렸던 사람들만이 오늘날 시민이 누리는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근대 시민혁명을 이끌었던 시민계급 역시 절제와 자기성찰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주요 선진국의 사회적 안정 역시 건전한 시민세력을 중추로 하고 있다. 선진국을 만든 마지막 디테일이 ‘성년의 시민’ 임을 엿볼 수 있으며,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으며, 개헌 논의 역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적 의미도 있어 매우 치열할 것이다. 개헌 역시 이념과 가치의 최고규범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성숙한 시민의 역할과 올바른 참여가 요구되며, 이는 지속적인 시민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그간 먹고 사는 문제로 소홀히 했던 시민의 의무를 권리만큼 챙겨보는 일이다.

시민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시민은 자신의 권리 실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의무 또한 다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시민입니까?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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