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과 통화한 매티스
“비핵화 대화 위해 대북 압박 지속”
청와대가 “올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4월 10일 이후에 실시하라”고 군 당국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이 4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연합 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올해 양국의 군사연습 일정은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순연될 전망이다. 한미가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낮추기 위해 군사훈련을 뒤로 미룬 것은 북핵 위기국면의 물꼬를 트고자 1992년 팀스피리트를 중단한 이후 26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청와대 지시에 따라 4월 중순 이후로 훈련 시작을 늦추는 방안을 지난해 말부터 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3월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ㆍ독수리연습은 한 달 정도 순연될 전망이다. 지난해 키리졸브 연습은 3월 13~24일, 독수리 연습은 3월 1일~4월 30일 진행됐다. 평창 올림픽(2월 9∼25일), 패럴림픽(3월 9∼18일) 기간과 겹친다.
이처럼 3월 훈련을 4월로 늦추는 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관건은 후속 훈련에 미칠 영향이다. 키리졸브ㆍ독수리연습과 함께 한미 훈련의 양대 축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보통 8월 중순에 시작한다. 앞선 훈련이 한 달 미뤄지면 UFG 훈련 준비기간은 한 달 줄어든다. 연합사 관계자는 “키리졸브ㆍ독수리연습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다음 UFG 훈련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훈련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 앞선 군사연습의 일정 연기에 따른 영향이 미비할 수도 있다. 키리졸브는 지휘소훈련, 독수리연습은 야외기동훈련인 반면 UFG는 시나리오에 따라 컴퓨터로 하는 시뮬레이션 연습이다.
하지만 3월 시작하던 독수리연습이 연기되면 야외기동훈련의 규모는 축소될 공산이 크다. 우리 말고도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 일본, 호주 등과의 연합 훈련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은 한국에 이어 다른 우방국에도 투입돼야 한다”며 “우리 일정이 늦춰지면 그만큼 한반도에 전개할 자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저녁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정상의 연합 훈련 연기 합의와 관련,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상시 긴밀한 소통을 지속 유지해나가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ㆍ압박을 지속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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