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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화는 좋은 것”…한미 균열 우려 직접 불식시켜

입력
2018.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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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공화다 상원 의원들과 회동해 이민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공화다 상원 의원들과 회동해 이민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및 트위터를 통해 남북 대화 지지 입장을 밝혀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간 균열 우려를 직접 불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남북 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를 희망한다.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달라.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은 한미 양국 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주력할 수 있도록 올림픽과 한미 훈련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며 한미 훈련 연기를 확인했고 올림픽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아울러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지속,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든 실패한 전문가들이 끼어드는데, 내가 북한에 단호하고 강력한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지금 남북간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누가 믿었겠느냐”며 “어리석은 사람들, 하지만 대화는 좋은 일이다!”고 적었다. 이는 남북간 대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남북 대화가 자신의 압박 정책에 따른 진전으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윗에서도 “제재와 다른 압박들이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 이것이 좋은 소식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혀, 남북 대화를 자신이 주도한 압박의 결과로 보면서 남북 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에 올린 트윗에선 “내 핵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해, 남북간 대화 진전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백악관과 국무부도 남북간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남북 대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적지 않게 표출해, 한미간 대북 공조 균열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는 좋은 것”이라며 대북 압박과 대화 병행 방침을 밝히고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면서 그간 미국 내에서 나왔던 엇갈린 메시지를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핵버튼’ 발언 등 북한을 위협해온 자신의 트윗이 외교적 해법을 막는다는 야권과 학계 일각의 비판을 겨냥해 자신의 위협이 오히려 대화를 성사시킨 것이라고 반박해 ‘굿캅ㆍ배드캅’ 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국이 북한의 양보를 이끌기 위해 미국의 위협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굿캅ㆍ배드캅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며 대화론 자체를 일축했던 데서 “대화는 좋은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도 남북 대화를 이 같은 대북 압박의 효과로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화 제의가 한미 공조 분열을 노린 측면이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제재에 대한 초조감을 드러내, 대화 제의가 이전과 다르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사의를 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2일 북한의 신년사에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없다”고 밝힌 것도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남북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화를 막아서 한미 공조를 균열시키기 보다, 당분간은 그 성과를 지켜보며 향후 조치에 착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부담을 안기 보다, 남북간 대화를 북한의 의지를 엿보는 탐색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이 재차 도발을 감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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