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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호두과자 품질 혁신…세계화 원년으로

입력
2018.01.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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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등 휴게소 90% 점유

전국 7000여개 편의점도 진출

인삼ㆍ한라봉 호두과자 등 출시

수입과자 대응 ‘토종 명품’으로

IMF 위기 딛고 무정년제 도입

생산시설 스마트팩토링화 추진

맛ㆍ유통기한 등 살려 세계화 꿈

대신제과 민경묵 대표는 한국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맛을 유지하면서 유통기간을 한 달 정도로 늘리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대신제과만이 지닌 맛의 노하우를 살려 토종과자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대신제과 민경묵 대표는 한국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맛을 유지하면서 유통기간을 한 달 정도로 늘리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대신제과만이 지닌 맛의 노하우를 살려 토종과자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 한 가지 토종과자로 수천 개에 이르는 대형제과업체 제품이나 수입과자와 경쟁이 쉽지 않지만 맛과 품질로 맞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천안 명물’ 호두과자 생산업체로 국내 최대 규모인 대신제과 민경묵(51) 대표는 가내 수공업 형태 천안 호두과자를 온 국민의 간식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이다.

호두과자는 1934년 천안역 주변에서 조귀금씨 부부가 처음 만들어 팔면서 등장했다. 그러나 호두과자의 명성 그 중심에는 원조보다 38년이나 늦게 창업한 대신제과가 자리하고 있다.

대신제과 호두과자 매장은 고속도로만해도 170여 곳에 이른다. 전국 휴게소 판매물량의 90%가 대신제과 제품인 셈이다. 대신제과는 10여 곳의 철도역사에도 입점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전국 7,000여개의 편의점에 진출, 언제 어디서나 맛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토종과자로 자리잡았다.

대신제과는 1972년 당시 철도청에 다니던 고 민항기 회장이 설립했다. 민 회장은 박봉의 철도공무원 월급만으로 2남 2녀를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민 회장과 부인 정수복(80)여사는 창업 3년 만에 홍익회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판로를 척척 개척했다.

하지만 대신제과는 1994년 민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유학을 준비하던 민 대표가 회사를 떠안았다.

민 대표가 1996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처음 도전한 것은 가내수공업 수준이던 생산시스템의 현대화였다. 660㎡ 규모의 공장을 4,950㎡ 규모로 증축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 IMF 환란이 일어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공장 확장을 위해 받은 은행대출금 금리가 치솟아 원리금 상환압박에 시달렸다. 경영 위기는 사채를 불렀고, 직원 월급도 5개월이나 밀렸다. 민 대표는 생전에 평판이 좋았던 아버지의 지인들이 거들어주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민 대표는 경영혁신에 주목했다. 그는 먼저 ‘무정년제도’를 도입했다. 임금체불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참아준 직원들과 가슴을 열었다. 1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최고령자는 74세에 이르고, 60세 이상이 30%를 웃돈다. 대신제과에 청춘을 바친 3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태반이다.

민 대표는 “정년 없이 본인이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하는 가족주의 경영은 수많은 위기를 넘어 오늘의 대신제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고령의 직원들이 맡고 있는 공정에 자동화 시설을 도입했다. 밀가루와 팥을 옮기고, 삶고 반죽하는 공정은 근력이 필수적인 고된 작업이다. 팥을 삶고 반죽하는 과정은 맛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이어서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현실에 맞게 근무환경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무정년 사업장’은 뿌리를 내렸다. 민 대표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회사가 힘들었을 때도 함께 해준 직원들이 있어 현재 대신제과가 있는 것”이라며 “변함없이 가족적인 근무 환경을 유지하면서, 호두처럼 알찬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국내 유명제과나 수입과자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련 특허를 12개나 받는 등 연구 분야에도 열정을 쏟았다. 대신제과는 2004년 금산휴게소에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갈아 반죽한 ‘인삼 호두과자’를 출시했다. 일반 호두과자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값으로 매월 1억원어치 이상 팔았다. 제주 한라봉 등 지역특산품과 호두과자를 결합하기도 했다. 심지어 호두과자에 소고기를 넣는 실험을 하는 등 ‘퓨전 호두과자’개발에도 도전했다. 민 대표는 가족창업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웰빙 트렌드와 호두과자 선택 속성이 소비자 재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박사학위 논문도 발표 했다.

민 대표는 안정적인 제과 인력 충원 및 고교생 일자리 창출을 위해 특성화고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직원 채용에도 나섰다. 유망벤처기업으로 지정된 대신제과는 병영특례업체이기도 하다. 민 대표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맛을 유지하면서 유통기간을 한 달 정도로 늘리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두과자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공장시설의‘스마트팩토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 대표는 “기계보다 더 예민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결은 변함없는 기본 맛에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는 일”이라며 “전 제품이 호두와 팥앙금의 비율은 거의 똑 같고 대신제과만이 가지고 있는 맛의 노하우를 살려 토종과자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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