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쇼핑백으로 15억 전달
최순실이 자금 운영 관여 정황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 받은 특수활동비를 흔히 주장하는 ‘통치자금’이 아니라 개인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4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달 5,000만∼2억원씩 모두 35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네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은 기존의 청와대 특수활동비와는 별개 자금이다.
검찰 수사결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35억원 중 15억원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자신의 집무실 비밀금고에 보관하면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쇼핑백에 담아 밀봉 상태로 청와대 관저에서 직접 전달했으며 사적 용도로 사용됐다. 구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비롯한 핵심 측근들과 통화했던 차명 휴대폰 51대 구입 및 통신비, 서울 삼성동 사저 관리비, 박 전 대통령의 기 치료 및 주사 비용,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이영선 전 경호관 등 측근의 격려금 지급 등에 썼다.
검찰은 최씨가 ‘문고리 3인방’에게 주는 명절·휴가 격려금 내역을 자필로 정리한 메모로 볼 때 최씨가 국정원 자금 상납 및 관리에 관여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메모에는 BH라는 문구 옆에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이란 이니셜과 함께 지급 액수 내역이 적혀있다. 메모에는 남은 금액 1억 2,000만원은 '킵(keep·보관)한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 최씨의 법인 설립에 국정원 상납금이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법인 설립 자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조달된 사실을 파악했으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검찰 조사 거부로 국정원 자금이 얼마나 건너간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또 35억원 가운데 18억원은 이재만 전 비서관 등이 청와대 관저 내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이 돈 일부가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최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에 건너간 것으로 파악됐다. 35억원 중 나머지 2억원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지난 2016년 9월 청와대 관저에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검찰은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또 서울 내곡동 사저 매입비나 최씨의 유럽 도피 자금 사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황상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또 이영선 전 비서관이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최씨 운전기사에 전달하고, 이재만 전 비서관이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쇼핑백을 전달할 때 최씨가 함께 있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최씨의 조사 거부로 사용처를 더 추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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