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출전 미국의 부티엣
“평창서 메달 딴다면 여러 조각 잘라
도와준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것”
올림픽에 4번이나 출장한 백전노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5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K.C.부티엣. 1970년생이니까, 올해 만 48세다. 빙상 대표팀 평균 나이가 23세 정도임을 고려하면 아버지뻘이다.
3일 열린 미국 대표 선발전 남자 5,000m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4위로 탈락했지만, 오는 7일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해 2장의 출전권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그가 평창에 온다면 1924년 샤모니 올림픽에서 알베르트 테빗(영국)이 52세로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 출전해 20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나이 많은 선수로 기록된다.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가 2014년 자신의 출생연도인 70번(1970년을 의미)을 달고 얼음판에 복귀했다. 2016년 월드컵에서는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티엣은 인라인스케이트에서 빙상으로 전향한 첫 번째 선수이기도 하다. 릴레함메르 올림픽(1994년)을 목전에 둔 1993년까지만 해도 부티엣은 빙상 경험이 전무한 인라인스케이터였다. 하지만 전향 6개월여 만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났다. 그의 전향 이후 ‘할리우드 액션’으로 알려진 안톤 오노, 데릭 파라(솔트레이크시티 금), 조이 맨티아(토리노 금) 등 스타들이 줄줄이 전향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라는 별명도 생겼다. 인라인스케이터들이 얼음판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길을 텄다는 것이다.
물론, 늦은 나이에 빙판에 다시 돌아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이라 몸도 고됐지만,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은 딸(2)도 돌봐야 한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클용 신발 제조업체도 그냥 방치할 순 없다. 무엇보다 이전 4번의 올림픽에서 ‘노메달’인 점이 마음의 짐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5,000m 5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평창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버텼다”라며 “평창에서 메달을 딴다면 메달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나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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