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흥분 대신 건조하게 말하며
문제 사실을 상기시켜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지음
가나출판사 발행ㆍ264쪽ㆍ1만3,800원
“우리사회의 70년 동안 유구한 전통은 갑질”이란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대한민국에는 무례한 사람과 아무 말이 넘쳐난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을 비롯해 정초부터 출판계에 “애쓰지 말라”는 종류의 책이 돌풍을 일으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정문정의 신간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마다, 관계마다 심리적 거리가 다른 점을 무시하고 갑자기 선을 훅 넘는 이들에게 “금 밟으셨어요”라고 알려주는 방법이 단계별, 사례별로 소개된다. 저자 자신이 시도한 훈련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웃으면서 우아하게 경고하는 방법’,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스테디셀러의 문구와 함께 담았다.
먼저 갑질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명분. 저자는 김찬호 교수의 책 ‘모멸감’과 자신의 경험을 빌려 말한다. 한국인이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가장 많이 취하는 방법 중 하나가 타인을 모멸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모멸을 당한 을은 더 심한 약자 ‘병’을 만날 때 다시 갑질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며 ‘갑질의 낙수효과’를 만든다고. 따라서 ‘이상한 말’에는 분명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례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가만히 있는 것에 용기를 얻어 다음에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으로 평가 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도,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를 깎아 내리는 일명 ‘후려치기’도 하지 말라고도 경고한다. 2부에서 저 명분이 개인의 신변에도 꽤 유익하다는 걸 자신의 사례로 증명한다. 좌충우돌 끝에 만든 ‘단호한 대처’들이 사회생활에서 발생할 각종 감정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본격적인 방법은 3부부터 소개된다. 제1법칙은 훅 감정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맞는 대구법으로 응하라는 것. 예컨대 “요즘 바빠?”라고 묻는 상사에게는 “아, 과장님이 더 바쁘실 것 같은데요, 요즘 어떠세요?” 하는 식으로 ‘반사’하며,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부탁을 잘 거절하려면 우선 반갑게 연락을 받고, 상황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달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불편한 말에는 어설프게 대응하는 것보다 ‘읽씹(읽고 무시하기)’을 하는 게 유용하다. 대꾸할 가치가 없을 때는 그냥 웃어라.
명절날 어르신들의 걱정(“취업 언제 해?” “결혼 언제 해?”) 같은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하는 질문’에는 신경 끄는 게 상책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 멘토를 찾지 말라. 상사는 당신의 멘토가 ‘원래’ 아니다. 안하무인 갑에게는 인정을 갈구하지 말라.
무례한 말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법을 보자. 먼저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라. 흥분하지 말고 최대한 건조하게 말하는 게 포인트다. “이타적으로 생겼다”는 말에는 “못생겼다는 말이죠?”라고,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슴 작은데 브래지어는 왜 하냐?”는 남자에게는 “당신은 팬티 왜 입냐?”고, 무례한 말을 똑같이 ‘반사’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반대로 무시만 반복해도 효과가 난다. 저자는 말한다.
‘무례한 사람을 만난다면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만의 대처법을 갖춰야 한다. “다들 괜찮다는데 왜 너만 유난을 떨어?”하는 사람에게 그 평안은 다른 사람들이 참거나 피하면서 생겨난 가짜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인류는 약자가 강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함으로써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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