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점검 9곳 중 7곳 소방설비 불량
68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참사를 겪었음에도 충북 제천의 목욕탕이나 찜질방의 소방 시설은 여전히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소방서는 목욕탕과 찜질방이 있는 제천시내 복합 건축물 9곳을 대상으로 소방 점검을 한 결과 7곳에서 소방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7일과 29일, 이달 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제천시와 합동으로 실시한 이번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곳은 1곳에 불과했다.
1곳은 현재 휴업 중이어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위반 사항은 이번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흡사했다.
지하에 목욕탕이 있는 A건물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비상계단 쪽에 사람이 통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자와 테이블 등 물건을 쌓아놓았다가 적발됐다.
2,3층에 목욕탕을 갖춘 B건물은 옥상 비상구 주변에 컨테이너로 된 가건물을 설치해 사고 시 대피에 지장을 줄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5개 건물에서는 비상구 유도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화재감지기·방화커튼이 불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3개 건물에선 소화기가 잘못 배치됐거나 작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소방서는 비상구 쪽에 물건을 쌓아 놓은 A건물에 대해 과태를 부과키로 했다. 비상구 부근에 가건물을 설치한 B건물은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제천시에 통보하기로 했다.
나머지 건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기간 내 지적 사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당 건물주에게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충북소방본부는 제천 화재 참사를 계기로 도내 목욕탕·찜질방 시설 116곳을 대상으로 소방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 소방공무원 점검반을 꾸려 여성 전용 공간도 예외 없이 점검하고 있다. 제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조사 결과는 오는 8일쯤 나올 예정이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제천 화재 후에도 상당수의 목욕탕·찜질방 들이 소방 안전 시설을 개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당황스럽다”며 “이번 특별 점검을 통해 목욕탕과 찜질방의 화재사고 위험 요인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제천시 하소동의 노블휘트니스 스파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이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 등으로 막혀 탈출을 방해하는 바람에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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