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 결심을 하지요. 주로 ‘올해 이것만은 꼭 실천하자’의 목록이지요. 반복해서 마음먹는 것은 실천이 잘 안 되어 왔던 것들이지요. 한 번으로는 안돼서 기절에 쓸 힘으로 두 번 눈을 깜빡인 것이지요.
이 삶이 시계라면, 시계에 잘 맞추면 되지요. 시계는 정해진 곳에 멈추기의 반복이지요. 시계에 도착하면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지요. 명확하니까요.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생물이라는 증거는 움직임이지요. 움직임은 불연속이지요. 정렬을 비집고 나가는 불규칙이지요.
지금이 몇시일까, 더듬더듬 묻지 않게 되었다면 기능적 시계가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지요. 시간은 원래 비어 있는 것인데요. 시간사용법은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인데요. 빠르게 살면 빠르게 가고, 천천히 살면 천천히 가는 것이 시간이지요. 삶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얼음을 지치는 순간이 있어야 하지요. 즐거움과 밥맛이 살아나야 ‘산다’고 할 수 있지요.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다시 새해 계획을 적어볼까요? 365일, 매일매일의 어느 부분을 탕진할 수 있지요. 시간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어둠까지 껴입은 밤의 공벌레처럼 몸을 안으로 말아 넣어 볼까요? 이 자세로 틀린 맞춤법을 꺼내고 부끄러움을 기록해보기 시작할까요? 부끄러움은 지금 나는 몇시일까, ‘살아남’의 방향이죠. 피어나는 꽃이죠.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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