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응권 강화’ 논의 과정서 보류
‘계약갱신 요구 기한 폐지’ 심사 안해
‘필수물품 구입 강요 금지’도 빠져
“여야, 시간에 쫓겨 정략적 통과”
文정부 가맹분야 첫 입법 도마 올라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가맹점주들은 “알맹이가 모두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가맹분야 첫 입법 성과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맹점의 신고 등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등 가맹본부의 보복조치 금지(위반 시 손해액 최대 3배 배상)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영업지역 변경 금지 등이 개정안의 골자다.
그러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핵심 방안들은 대부분 제외됐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불만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가맹점주들이 줄곧 요구해온 ▦가맹점주 집단적 대응권 강화 ▦계약갱신 요구기한 폐지 ▦부당한 필수물품 구입강요 금지 등이 모두 빠졌다”며 “결과적으로 국회 논의가 ‘팥소 없는 찐빵’으로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동안 가맹점주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아온 가맹점주 집단적 대응권 강화는 이번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보류됐다. 가맹사업법(제14조의2)은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하고 본사와 거래조건 등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언적 조항만 존재할 뿐 세부 내용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본사가 가맹점주 단체 구성을 방해하거나, 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협의를 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 이에 가맹점이 단체 구성 시 공정위가 신고증을 교부하고, 본사가 가맹점 단체의 협의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정위도 이를 토대로 가맹점 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선 “가맹산업 생태계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등의 야당 주장이 제기되며 결국 보류됐다.
현행 10년인 가맹점의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폐지하는 법안은 심사조차 되지 않았다. 가맹점은 10년간 본사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본사는 이 기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가맹점의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는 취지다. 문제는 본사가 계약갱신 요구권의 시효(10년)를 ‘갑질’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피자 프랜차이즈 B사는 지난해 가맹점 2곳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10년차 매장’이란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점포의 점주는 본사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가맹점주협의회 소속이었다. 이에 갱신 요구기한을 폐지하거나 기한을 2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논의 법안을 결정하는 여야 간사단 협의 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계약갱신 요구기한 폐지를 “가맹본부의 사적 자치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근 계약갱신 요구기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자정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부당한 필수품목의 구입을 강요하는 행위 금지 ▦가맹분야 불공정행위 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는 방안 등의 개정안도 별 다른 심사 없이 처리가 보류됐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여야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통과를 시킨 것”이라며 “하루빨리 추가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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