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콩이는 ‘중독됐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 사람을 좋아해요. 진돌이는 다리에 붕대를 감을 때마다 무척 아플 텐데도 잘 참는 대견한 아이입니다.” 김은일 케어 유기동물입양센터 팀장의 말처럼 그 ‘아이’들은 그랬다. 신체 일부가 잘려나갔고 마비된 하반신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을 뿐, 맑은 눈망울과 애교 넘치는 몸짓은 여느 반려견 못지않게 사랑스러웠고 장애를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의젓했다.
‘개의 해’를 앞두고 개에 대한 예찬이 쏟아지던 지난해 12월 27일과 29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케어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찾았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20여 마리 장애 유기견들의 천진난만한 표정 뒤엔 저마다 아픈 기억이 숨어 있었다. 반도와 건이는 교통사고와 병으로 보살핌이 절실하던 때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고, 맑음이와 금동이는 번식장 우리 속에 갇혀 살다 장애를 얻었다. 진도와 바둑이처럼 다리가 절단되거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심한 학대를 받다 구조된 경우도 있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장애견의 남은 한쪽 눈망울에 비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손이 많이 가고 치료비도 적잖게 드는 장애견을 입양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인형처럼 예쁜 강아지를 사고 또 버리는 데 익숙한 국내 반려견 문화 속에서 장애견은 혐오 내지 동정의 대상일 뿐이다. 최근 주인의 학대로 두 발목을 잃은 진돌이에게 입양의 손길을 내민 이도 내국인이 아닌 영국인이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성진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장애견이 입양되지 못하는 걸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장애견 입양을 고집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며 “덕분에 연 1~2마리 정도는 입양이 된다”고 전했다. 김은일 팀장은 “정상견에 비해 관리가 힘들고 마음의 상처도 큰 아이들인 만큼 조금 더 잘 돌보려는 자세와 마음의 여유를 갖춘 분들이 데려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1 건이
#2 진돌이
#3 울콩이
#4 반도
#5 바둑이
#6 맑음이
#7 요조
#8 금동이
[장애 유기견 입양 상담]
▲동물자유연대 02-2292-6337 http://www.animals.or.kr
▲동물권단체 케어 02-313-8886 http://fromcare.org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그래픽=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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