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강만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미국 대학이 있다고 속여 수업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템플턴대학교’라는 이름의 가짜 미국 대학을 만들어 199명으로부터 17억여원을 받아 챙긴 이사장 김모(45)씨를 구속하고, 경영학부 학장 박모(36)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템플턴대학교(Templeton university)’ 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일반 회사를 현지 인가 받은 학교라고 속인 뒤 학비 명목으로 학기당 수백만 원씩 뜯어낸 혐의(사기 및 고등교육법 위반)를 받는다. 피해자 가운덴 지난 대선 후보로 등록했던 A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학은 미국과 한국 어느 나라에서도 인가를 받지 않은 ‘유령 대학’이었다. 2015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일반 회사로 법인만 등록해놓은 게 전부였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템플턴대 건물 사진도 실제 학교가 아닌 교회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온라인 수업만으로 단기간 내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모집했다. 학사 과정은 2년,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은 각각 1년3개월, 1년9개월 만에 이수할 수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입학 예정자들에겐 한 학기당 학사는 300만원, 석사 400만원, 박사 500만원의 학비를 제시했지만, 형편이 어렵다고 하면 장학금 명목으로 학비를 깎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위를 취득하면 국내 일반 대학 편입과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고도 속였지만, 실제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에 성공한 졸업생은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를 접하고 수사한 건 2년이 지났지만, 학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의 협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같은 대학 명칭으로 추가 사기 행각이 있었다는 첩보를 접수해 관련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정식 인가를 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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