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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파른 곡선 주로, 딱 내 스타일”

입력
2018.01.03 15:5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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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자 1000m 출전 박승희

쇼트트랙서 스피드 전향 4년

한국 빙상 첫 올림픽 2종목 출전

마지막 올림픽 각오로 기록 단축

12일 전국체전 마지막 모의고사

한국 빙상 최초로 두 종목에 출전하는 박승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는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연합뉴스
한국 빙상 최초로 두 종목에 출전하는 박승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는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연합뉴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어느덧 4년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동2)을 거쳐 2014 소치동계올림픽(금2ㆍ동1) 쇼트트랙에서 정상에 오른 뒤 박수 받고 얼음판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하나의 미련이 남았다. 9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던 스피드스케이팅을 한번 타보고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스케이트 날도 다르고, 쓰는 근육도 달라 생각만큼 기록이 안 나와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오기로 버텼다. 그 결과 그는 또 다시 태극마크를 달수 있었다. 한국 빙상 최초로 올림픽 2개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된 것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아닌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승희(26ㆍ스포츠토토) 얘기다. 박승희는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를 통해 여자 1,000m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픽 메달권과 거리가 있는 시즌 최고 기록(1분14초64ㆍ20위)이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1차 대회 1분18초59, 2차 대회 1분18초40, 3차 대회 1분17초18, 4차 대회 1분14초64로 기록을 점점 단축시켰다.

지난해 12월 월드컵을 마친 뒤 국내에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는 박승희가 3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8회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대회 여자 일반부 1,500m에 출전했다. 기록은 2분5초25로 박도영(동두천시청ㆍ2분5초08)에 이은 2위. 올림픽 출전 종목이 아닌데다가 훈련의 일환으로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에 기록은 의미 없었다.

월드컵 이후 첫 실전을 치른 박승희는 “전날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도 높게 해서 몸이 무거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잘 탄 것 같다”며 “이번 대회보다는 전국동계체전(12~14일)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장거리를 타면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등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박승희가 3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승희가 3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실전을 마치면 올림픽 전 대회 장소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한다. 이제 진짜 ‘올림픽 체제’다. 박승희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코스가 자신에게 딱 맞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펼쳐진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했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박승희는 “빙질도 좋고, 내가 딱 좋아하는 스케이트장”이라며 “곡선 주로가 완만한 태릉과 달리 강릉은 가파른데, 아무래도 쇼트트랙 출신이다 보니까 코너링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다른 국제 규격의 경기장과 비교해 트랙의 전체 길이는 같지만 트랙 양 끝의 둥근 원 반지름이 짧아 곡선 주로가 좀 더 가파르다는 특징이 있다.

4년 전 세계 최강 쇼트트랙 대표팀으로 나갔던 소치올림픽과 올해 스피드스케이팅 초보로 출격하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박승희는 “소치 때는 쇼트트랙에서 내 위치를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적을 낼지 감이 오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나도 정말 궁금하다”면서 “최근에 기록이 좋아져 코치님들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창이 나에겐 정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그는 500m 종목에도 출전 자격을 갖췄지만 국가당 출전 쿼터를 3명으로 제한한 규정 탓에 랭킹에서 이상화(스포츠토토), 김민선(의정부시청), 김현영(성남시청)에게 밀려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다. 박승희는 “사실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직도 어려운데다가 500m는 기술을 더 필요로 해서 무섭다”며 “500m에 못 나가는 것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종목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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