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안전본부 전영환 소방위
출동 중 사고로 다리 절단 불구
10년 넘게 상황실 성실히 근무
15년 전 태풍 ‘매미’ 때 현장으로 출동하다 한쪽 다리를 잃은 부산의 한 소방관의 이야기가 2019년도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린다. 주인공은 부산소방안전본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전영환(58) 소방위.
119특수구조대, 119안전센터 등지에서 근무하며 재난현장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했던 전 소방위에게 시련이 찾아온 건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가 부산을 덮쳤을 때다.
전 소방위는 “당시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동료들을 소방차에 태워 부산 수영구의 한 왕복 6차로를 달리던 중 인근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태풍에 쓰러지면서 차량으로 떨어졌다”며 “함께 탄 동료들은 무사히 구출됐지만 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고 머리, 팔, 가슴 등 열다섯 곳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회상했다.
절단된 다리를 찾아내 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 그는 소중한 다리를 잃게 됐다. 전 소방위는 “당시에는 너무나 막막해 희망을 잃고 어둠 속에서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며 “한 순간 장애를 가지게 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전 소방위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는 그가 처음 소방관이 될 때 가졌던 각오 때문이다. 그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면 장애인이라고 못 할게 무엇이냐,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시련을 극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소방안전본부 상황실에 자원해 복직한 전 소방위는 10년 넘게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 전 소방위는 무료 급식 봉사, 도배 등 주택 환경 개선, 치매 노인 요양원 방문 등 꾸준한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시련을 긍정적으로 이겨낸 전 소방위의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긍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바르게 판단하는 힘을 길러요’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읽고 서로 토론하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일기로 쓰는 활동을 하게 된다.
정년을 앞둔 전 소방위는 아직도 현장에 나가고 싶어 한다. 그는 “좋은 의족이 나오면 다시 재난현장으로 돌아가 활동하기를 꿈꾸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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