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사당국, 브레이크 파열 추정
떨어져 20m 구르며 전복됐으나
모두 안전벨트 착용해 크게 안다쳐
“중상자 3명도 생명엔 지장 없어”
강원 양구군에서 군 장병이 탄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입대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은 훈련병 등 2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버스가 계곡을 25m 가량 굴렀으나 다행히 탑승자 모두 안전벨트를 맨 덕분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양구경찰서와 군 당국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6분쯤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460번 지방도 구간 일명 도고터널 인근(방산 방면 1㎞ 지점) 내리막 길에서 25인승 군용 콤비버스가 맞은편 차로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뒤 5m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다. 추락한 버스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20m 가량을 더 굴러 전복된 상태로 멈춰섰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김모(20) 훈련병 등 22명이 다쳐 양구 성심병원과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춘천 인성병원 등 민간병원과 국군 춘천병원 등지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19명은 경상, 3명이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버스에는 운전병과 부사관인 인솔자, 1~5주차 훈련병 20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육군 제21보병사단(백두산 부대) 신병교육대 소속으로 이날 양구읍 하리에 있는 사단의무대에서 진료를 받고 부대로 복귀하던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과 군 당국은 소방차와 구급차, 인력 20여명을 투입해 긴급 구조활동을 벌였다. 사고 소식을 접한 장병의 부모들은 황급히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군 관계자는 “중상을 입은 장병들도 의사 소통이 가능한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며 “사고 당시 탑승자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장병과 인솔 부사관 등은 터널을 빠져 나온 버스가 내리막 구간을 지나면서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상을 입은 한 장병은 “운전자가 여러 차례 브레이크를 밟고 핸드 브레이크까지 조작했는데 속도가 줄지 않더니 추락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는 차체가 종잇장처럼 구겨진 것은 물론 앞 바퀴 축과 운전석 앞 유리창이 떨어져 나가는 등 추락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음을 짐작게 했다. 사고가 난 도로에는 군용 버스 주행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 가드레일 방향으로 20여m의 스키드 마크(타이어 자국)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도로는 얼어 있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스키드 마크가 왼쪽 바퀴부터 찍힌 것으로 볼 때 당시 버스가 왼쪽으로 기울어졌거나,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 제동력이 달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조사를 벌였다.
경찰과 군 수사당국은 “브레이크 파열로 차량이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며 추락했다”는 운전병과 선탑자의 진술을 토대로 제동장치 이상 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양구=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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