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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강제노역’ 구한 주민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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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강제노역’ 구한 주민 신고

입력
2018.01.02 17: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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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월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추운 날씨에도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일만 죽어라 하는 불쌍한 사람이 있으니 구해달라”는 한 주민의 신고였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조사에 착수, 지적장애2급을 앓고 있는 40대 A씨가 B씨에게 고용된 뒤부터 강제노역에 시달린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B씨의 말에 속아 B씨가 운영하는 농산물판매점의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4월쯤이다.

그때부터 악몽과 같은 삶이 시작됐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점포를 관리하거나 농산물 행상 일을 하며 밤 9시까지 하루 꼬박 13시간을 일하는 생활이 만 8년이나 반복됐다.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매달 20만원뿐이었다. 지난해 최저임금(주 40시간 기준 월급 환산 157만3,770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A씨가 숙식하던 쪽방의 환경은 더욱 참담했다. 1평 남짓한 쪽방은 난방시설도 가동이 안돼 전기장판 하나로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고, 하수구 악취까지 진동했다. A씨는 이런 환경에서 끼니까지 자주 거르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신고를 접수한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A씨를 구제하고, B씨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A씨가 그 동안 강제노역 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청구소송도 돕고 있다. A씨는 가까스로 강제노역의 악몽에서 벗어났지만 오랜 노역에 의해 발병한 위장병과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센터의 도움으로 한글공부, 버스타기 등 일생생활에 필요한 것을 배우며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2015년 축사노예 만득이 사건 등 장애인 강제노역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일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에 따르면 2016년 12월 개관 이후 1년간 접수된 1,000여건의 인권상담 중 40%가 A씨 같은 장애인 인권침해 관련 피해 상담이었다. 경기북부에서만 한해 400여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피해 상담이 이뤄진 것이다. 대부분 교육차별, 가정폭력, 이혼 등이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50대 초반 B씨도 1987년부터 서울 근교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의 도움으로 강제노역에서 벗어난 경우다.

B씨는 30년 가까이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까스로 B씨를 찾게 된 부모가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를 찾아와 사업주 처벌 방안을 상담하면서 알려졌다. 사업주인 B씨 등은 현재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병태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장은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기본 권리가 보장되는 삶과 세상을 원한다”며 “주위 관심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장애인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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