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3남매가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북부경찰서는 2일 이번 화재의 원인을 3남매 어머니 정모(22)씨의 실화로 결론짓고 정씨를 중실화 및 중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화재 당일 오전 2시1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L아파트 11층 자신의 집 작은방 입구에 있는 솜이불에 담배 불똥을 털고 꽁초를 버려 불이 나게 해 네 살과 두 살 아들, 16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한 정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정씨가 아이들을 방에 남겨두고 혼자 대피한 점 등에 비춰 방화 여부도 조사했으나 여러 정황상 정씨가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의 112 화재 신고(오전 2시31분) 전후 행적과 자녀 양육환경, 사고 이후 경찰 조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근거로 정씨가 방화했다기보다는 담뱃불로 인한 실수로 불을 나게 한 혐의가 짙다고 본 것이다.
실제 경찰은 정씨가 울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큰불이 났는데, 아이들이 (방)안에 있다. 빨리 와달라”고 112에 신고하고, 오전 2시25분 화재 목격 이후 10분 동안 119와 주변 등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점을 들어 방화로 특정하기 힘들다고 봤다. 또 정씨가 화재 당일 술에 취해 귀가하면서 오전 1시23분쯤 편의점에 들러 큰아들의 바지 허리 사이즈를 줄여주기 위해 옷핀을 구입한 점, “평소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아이들에게는 잘했다”는 3남매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자들 진술, 1월에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기로 했던 점 등으로 미뤄 정씨가 일부러 불을 냈을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다만 화재 원인과 대피 상황 등을 두고 정씨의 진술이 바뀐 데 대해 경찰은 정씨가 술에 취한 데다 아이들을 잃은 충격 때문에 제대로 당시 상황 진술을 못한 것으로 봤다. 정씨는 1일 오전부터 “나도 아이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다”며 식음을 끊고 있다. 정씨는 화재 당시 혼자서 베란다로 대피한 데 대해 경찰에서 “작은방 문틈으로 불빛과 연기를 확인하고 방문을 열자 불이 방안으로 갑자기 번졌고, 112 등에 신고한 뒤 막내딸(16개월)을 안고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겁이 나면서 다리에 힘이 빠져 잠시 주저 앉았다가 도움을 요청하러 혼자 방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연기를 마시지 못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빠져 나왔을 때 불길이 현관 쪽으로도 번져 베란다로 피한 뒤 도움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