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노래법 개발한 이병원씨
성대 결절 오자 삶의 진로 바꿔
중졸이라 회계에 깜깜했지만
4년간 수학 배우고 학원 다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양동이를 뒤집어쓴 채 노래를 하는 등의 독특한 방식으로 국내 1호 음치클리닉을 운영해 유명세를 탔던 이병원(56)씨. 현재 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법인고객만 4만여 개 기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경영지원컨설팅 회사의 전문컨설턴트로 활약 중이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회계나 재무와 같은 전공과는 거리가 먼 중졸 출신이라는 것. 30여 년간 가요계에 몸 담아오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컨설턴트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말한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세요.”
어릴 적부터 기타에 빠져 살던 그는 17살이던 1979년 서울 장위동에 기타교습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서울ㆍ강원지역 등 나이트클럽 밤무대에 서며 생계형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의 탄탄한 업소 서너 군데에서 연주를 하며 짭짤한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결혼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 가요교습소를 차린 1990년 어느 날 그에게 한 음치가 찾아왔다. 인생에서 노래쯤 못하는 게 큰 문제냐고 하겠지만 당시 50대 남성은 눈빛은 간절했다. “영업비밀이라 자세히는 말 못하지만 같이 겨울에 얼음물 속에 들어가 소리도 질러보고 별 짓 다했죠. 결국에는 음이 올라가고, 박자를 맞추더라고요.”
입소문을 타며 ‘음치고객’들이 몰리자, 1992년 정식으로 음치클리닉을 열었다. ‘음치는 불치가 아닙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내는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오전 프로그램의 고정코너를 맡고, 개인레슨까지 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10년 넘게 목을 혹사한 나머지 정작 본인 몸에 성대결절과 같은 이상이 찾아오는 지도 몰랐다. 결국 2008년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 DJ생활을 끝으로 방송도, 음악도 이별을 고했다.
건강을 되찾으면서 그가 2012년부터 인생2막으로 택한 건 음치클리닉이 아닌 중소기업 전문 재무클리닉이다. 우연히 모임 선배의 회사 일을 돕다가 사내에 전문가집단이 포진한 대기업과 달리 국세청이 권장하는 절세방식을 이용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대표가 자신도 모르게 공금 유용을 하게 되는 중소기업의 재무적 취약성을 알게 돼 이 길로 들어섰다. 작지만 개인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도 그 필요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음악 하던 사람이라 재무분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4년간 중고생 수학문제집은 물론이고, 재무ㆍ회계ㆍ세무 분야 학원을 다니며 새로 태어날 준비를 했죠.”
그의 컨설팅엔 원칙이 있다. 자신의 판단이 한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컨설팅을 하면서 확실치 않은 부분은 사내 회계사나 세무사 친구들에게 반드시 다시 묻는다. 처음엔 전문성이 부족해 믿지 못하겠다던 고객들도 그의 진심에, 그의 전문성에 놀라며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업체 내에서도 순위권에 들 정도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능력의 경계를 허물려고 노력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짧지만 긴 인생이 더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새해부턴 모두가 간절히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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