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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UAE와의 군수지원협정 왜 숨겼나

입력
2018.0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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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0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철저히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UAE와의 MLSA가 원전 수주에 따른 이면합의라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섣불리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9년 12월 원전 수출 계약에 앞서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1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UAE를 방문했고, 2010년 12월 김관진 장관 취임 이후에는 국방부에 국방협력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실ㆍ국장급 인사를 보내 UAE와 군사협력 방안을 지속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상부에 출장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UAE로 출국할 만큼 모든 사안이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한국과 UAE와의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고, 2011년에는 우리 특전사요원 150명 규모의 아크부대를 파병했다.

전직 군 고위관계자는 1일 “2009년 원전 수출 당시 UAE는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이것저것 요구한 게 많았다”며 “2013년에 뒤늦게 MLSA를 체결한 것도 UAE를 달래기 위한 이면합의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에 대한 대가였기 때문에 UAE의 군사지원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고, 이러한 떳떳하지 못한 정책 결정 배경으로 인해 MLSA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1988년부터 2016년까지 체결한 15개국과의 MLSA는 국방백서에 공개했으면서도 유독 UAE와의 MLSA만 누락한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우리 군이 MLSA 체결 사실을 숨긴 것이 복잡한 중동 정세와 연관돼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방부는 앞서 2010년 이스라엘과도 MLSA를 체결했는데 유사시 자칫 이스라엘과 UAE에 동시에 군수물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니파인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마주하고 있다. 국방부가 UAE와 MLSA를 체결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우리의 유망 수출시장인 이란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UAE의 MLSA 체결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크부대 파병을 계기로 UAE에 수출한 국산무기의 규모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파병 전 5년간 393억원에 불과했던 무기수출 규모는 파병 후 5년간 1조2,000억원으로 30배나 증가했다.

중동지역 정부 소식통은 “UAE가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는 해도 주변국가의 위협이 늘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을 군사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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