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미국 기만… 더는 원조 없다”
이란 향해선 “모든 수준서 실패” 독설
“이란, 변화할 때” 반정부 시위 또 부추겨
‘트위터광’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 트윗에서 파키스탄을 ‘테러리스트의 피난처’라고 비난하면서 더 이상 원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번째 트윗에서도 그는 이란을 향해 “모든 수준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독설을 날렸다.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향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평소 모습 그대로, 파키스탄과 이란을 저격하는 메시지로 ‘2018년 트위터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 동안 파키스탄에 330억달러 이상의 원조를 해 왔다”며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면서 우리에겐 거짓말과 기만 외에는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더는 안 된다”며 경고했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 지역 테러 조직들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을 문제 삼아 2억2,500만달러(한화 2,404억원) 규모의 대파키스탄 원조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타깃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이란을 택했다. 그는 곧이어 올린 트윗에서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나온 끔찍한 합의에도 불구, 모든 수준에서 실패하고 있다”면서 “훌륭한 이란 국민은 많은 세월 동안 억압받아 왔고, 식량과 자유에 굶주려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인권과 함께 이란의 부(富)가 약탈되고 있다. 이제 변화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물가폭등과 실업 등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이란에선 이날까지 2009년 이래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닷새째 지속되고 있으며, 최소 12명의 시위대가 사망하는 등 유혈충돌마저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앙숙 관계인 이란 정부를 비난하기에 더 없이 좋은 호재를 만난 듯, 연일 이란 정부를 공격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반정부 시위를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1시간쯤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1일) 오후 4시쯤 워싱턴을 향해 플로리다를 떠날 예정”이라면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위대한 새해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성탄절 등 작년 연말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보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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