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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피살ㆍ성폭력 목격… 로힝야 아동, 정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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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피살ㆍ성폭력 목격… 로힝야 아동, 정신 위험”

입력
2018.01.01 16:3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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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얀마군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로 이동하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 아동. 어깨에 진 짐이 힘겨워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얀마군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로 이동하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 아동. 어깨에 진 짐이 힘겨워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망친 미얀마 로힝야족 어린이의 상당수가 심각한 정신 건강 위기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일 이 신문에 따르면 가족이 살해당하는 등 폭력 장면을 목격한 어린이 대부분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군부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제호라 베검(12)은 “군인들이 쫓아오는 악몽을 꾼다”며 “잠이 깨면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고 그 상태로 오랫동안 깨 있는다”고 말했다.

미얀마 라카인주 마웅다우에서 살던 제호라는 지난해 8월 부모님과 4명의 자매를 잃었다. 미얀마군이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기 때문이다. 총에 맞았지만 살아남은 제호라는 현재 방글라데시 남동쪽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살다 가족 대부분을 잃은 모하메드 이스마일(13) 역시 “방글라데시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가 부모님이 어떻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는지 말해줬다. 할머니가 말해 준 걸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벤자민 스테인레취너 유니세프 대변인은 “가족이 살해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아프리카 등에서도 벌어지지만, 규모 면에서 로힝야족을 따라갈 수 없다”며 “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지 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극도의 긴장된 상태에 놓여 있기도 하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오물을 처리하거나 땔감을 구해 와야 하는 상황에도 직면해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정신건강 담당 고문인 라로우 로스트럽 홀트는 “아이들에게 막대한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라며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은 아이들의 뇌 구조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이후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은 65만5,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38만명은 미성년자다. 특히 이 중 최소 20만명은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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