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 때 손잡이를 잡다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정전기 때문이다. 악수를 할 때도 그럴 때가 가끔 있다. 가정용 전기 전압은 200V이고, 정전기는 번개수준인 수천V에 이르지만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위험할 것은 없다. 단지 휘발유 등은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주유 도중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전기는 습도가 낮은 건조한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땀을 적게 흘리고, 건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자주 일어난다. 정전기를 이용한 제품도 많다. 공기청정기는 강한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모은다. 포장 랩이나 건식 복사기 등도 정전기가 이용된다.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호박(琥珀) 속에 신의 기운이 있다고 믿고 부적처럼 몸에 달고 다니기도 했다. 철학자들조차 호박을 ‘마법의 돌’로 불렀다. 정전기 현상 때문이다. 물질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던 과학자 탈레스는 호박에서 전기적 현상을 발견했다. 호박을 모피에 문지르면 먼지 등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관찰한 것이다. 그래서 호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엘렉트론(elektron)’에서 전기를 뜻하는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가 나왔다.
▦ 전기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이후에는 ‘전기를 병과 같은 용기에 저장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됐다. 1692년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라이덴(Leyden)에서 과학기기 제조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피터르 판 뮈스헨부르크는 의대를 졸업했으나 전기에 관한 연구에 골몰했다. 그는 전기 발생장치를 주석 판이 안팎으로 붙고 물이 반쯤 채워진 실험용 대전(帶電) 유리병에 연결시켜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병은 지역 이름을 따서 ‘라이덴 병(Leyden Jar)’이라고 불렸다. 배터리의 시초다. (한근우의 ‘일렉트릭 빅뱅’)
▦ 크기는 줄이고 저장용량은 키우는 것이 배터리 경쟁력이다. 전자제품에는 적층형 세라믹 배터리(MLCCㆍMulti Layer Ceramic Capacitor)가 많이 쓰인다. 초소형 배터리로 스마트폰과 PC등에 수백 개씩 배치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고용량 배터리 때문에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플까지 배터리 때문에 대규모 소송에 휘말렸다. 춥거나 충전량이 부족할 때 기기가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폰 속도를 늦추는 운영체제(OS)를 제공했다는 해명이다. 신형 아이폰을 팔아 먹으려고 꼼수를 썼다면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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