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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평창ㆍ강릉 경기장 12곳,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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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평창ㆍ강릉 경기장 12곳,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훈지로”

입력
2018.01.01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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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올림픽 개최 도시에 철도를 놓은 건 처음

도쿄ㆍ베이징서 잇달아 올림픽… 훈련지로 활용을”

김도균 “레이크시티도 수많은 아이디어 토대로 흑자

집라인 설치 등 충분히 시간 갖고 관광상품 만들어야”

김주호 “평창ㆍ강릉 인지도 올리면 자연스레 인프라 개선

장기적으로 보면 동계올림픽은 지역 발전을 위한 유산”

강원도 정선군 정선 알파인 경기장. 총 건설비 2034억 원이 들었지만 올림픽 후 사후 활용 방안을 아직 찾지 못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강원도 정선군 정선 알파인 경기장. 총 건설비 2034억 원이 들었지만 올림픽 후 사후 활용 방안을 아직 찾지 못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헝가리 대통령을 지낸 팔 슈미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지난 1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서 “올림픽을 통해 후세에 의미 있는 레거시(유산)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열었지만 대회 후 소치는 ‘유령도시’가 됐다는 혹평을 들었다. IOC는 평창을 제2의 소치로 만들지 않기 위해 “올림픽을 아무리 훌륭하게 마쳐도 레거시가 구현되지 않으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낳은 대표적인 시설 유산은 2017년 12월 22일 정식 개통된 ‘경강선’ 고속철도(KTX)다.

KTX를 타면 서울(서울역 기준)에서 평창까지 1시간37분, 강릉까지 1시간57분이면 간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올림픽을 위해 개최 도시에 철도를 놓은 건 평창이 처음이다. 올림픽을 통해 교통의 대혁명이 이뤄진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역 플랫폼에 서 있는 경강선 KTX 열차. 평창동계올림픽 마크와 공식 마스코트 수호비, 반다비로 꾸며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역 플랫폼에 서 있는 경강선 KTX 열차. 평창동계올림픽 마크와 공식 마스코트 수호비, 반다비로 꾸며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로를 달리는 경강선 KTX. 코레일 제공
선로를 달리는 경강선 KTX. 코레일 제공

그러나 올림픽 후 일부 경기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마땅한 묘안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큰 문제로 지적된다.

30년 전 88올림픽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열려 대회 시설과 인프라가 충분히 활용됐다. 그러나 평창은 인구 5만 명에 불과하고 강릉 역시 인구 21만 명의 중도도시다.

IOC는 개최 도시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2014년 말 올림픽 경기 일부를 다른 도시나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평창올림픽도 서울(목동 아이스링크)과 무주(스키 리조트 시설) 등에서 일부 경기를 나눠 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와 강원도 반대로 무산됐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은 개ㆍ폐회식장을 제외하고 12개다. 신축이 6곳, 나머지 6곳은 개보수했다. 이 중 정선알파인경기장(총 건설비 2034억 원), 강릉 하키센터(1064억 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1264억 원) 등 3군데 사후 활용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경기장들이 ‘하얀코끼리’(겉은 화려하지만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김주호 평창 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 김도균 경희대 교수.(위부터 시계방향)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김주호 평창 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 김도균 경희대 교수.(위부터 시계방향)

전문가들은 경기장 하나하나만 볼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중장기적 청사진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강로 원장은 “지금 당장 사후 활용 방안이 없다고 경기장들을 ‘돈 먹은 하마’ 취급할 게 아니다”고 지적하며 “올림픽이 개막하고 열기가 높아지면 다양한 방안들이 도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도 “솔트레이크시티(2002년)는 올림픽 이후 초기에 흑자를 못 냈다. 하지만 스키점프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내려오거나 그 옆에 집라인(Zipline)을 설치하는 등 대회 후 수많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흑자로 돌아섰다. 우리도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창과 강릉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전지훈련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평창올림픽 후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잇달아 열린다. 아시아 3개국이 올림픽을 잇달아 개최하는 건 처음이다. 윤 원장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 각국 선수단이 기후와 환경이 비슷한 평창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한 인적 자원을 도쿄, 베이징 올림픽에 활용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돼야 한다. 윤 원장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한 각 부문 전문가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국경을 넘어 도쿄,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에 전수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세우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을 통해 평창이라는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형의 자원이 가져다 주는 효과도 상당할 거라는 분석이다.

평창은 인지도가 상당히 낮다. 상당수 외국인은 ‘평양’과 ‘평창’을 혼동할 정도다. 김주호 조직위 기획홍보 담당 부위원장은 “강원도나 평창, 강릉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자연스레 인프라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고 이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 발전을 위한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ㆍ김지섭ㆍ박진만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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