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9골 물 오른 손흥민
지난해 콜롬비아 평가전 2골
태극마크 무득점 징크스도 깨
브라질서 골 넣고도 예선 탈락
러시아선 대표팀 에이스 기대
신태용호 22일 유럽 전지훈련
죽음의 조 16강 새해 여정 시작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잘 준비 하느냐에 따라 브라질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17년 12월 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난 직후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6)이 밝힌 각오다.
러시아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0위 한국은 독일(1위), 멕시코(16위), 스웨덴(18위)과 F조다. 6월 18일(한국시간 오후 9시) 스웨덴과 1차전, 6월 24일(0시) 멕시코와 2차전, 6월 27일(오후 11시) 독일과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에는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예측한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8.3%. 독일(82.5%), 멕시코(51%), 스웨덴(48.2%)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손흥민 말처럼 남은 6개월 동안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손흥민에게는 두 번째 월드컵 무대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생애 첫 월드컵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2-4로 완패했고 경기를 마친 손흥민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는 “새벽까지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제 월드컵 데뷔골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손흥민은 벨기에와 3차전에서 0-1로 져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더 많은 눈물을 쏟았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3년 동안 손흥민의 기량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5년 여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명문 토트넘으로 이적한 그는 2016~17시즌 21골을 터뜨리며 1985~86시즌 차범근(레버쿠젠)의 19골을 넘어 한국 선수 유럽 무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에도 12월에만 5골을 넣는 등 9골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1년 가까이 무득점에 그쳐 ‘태극마크만 달면 작아진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난 해 11월 강호 콜롬비아(13위)와 평가전에서 두 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며 우려를 잠재웠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는 그의 발끝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의 역할은 득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의 가장 큰 패인은 양쪽 윙 포워드가 수비를 제대로 안 한 것이었다. 거기서 밀고 들어오는 상대를 못 막아 무너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손흥민의 포지션이 윙 포워드였다. 브라질 월드컵 때 손흥민은 대표 선수 중 가장 막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들은 손흥민이 과거 박지성(은퇴)처럼 대표팀 전체를 리드하면서 그라운드 곳곳을 부지런히 누비는 ‘헌신적인 에이스’가 돼주길 바라고 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도 바쁘게 움직인다.
연말 휴가도 반납한 채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12월 말 출국한 신 감독은 오는 5일 귀국해 22일부터 국내파 선수들만 뽑아 2주 간 유럽 전지훈련에 나선다. 한국은 3월 28일 원정 평가전에서 폴란드대표팀과 격돌한다. FIFA 랭킹 7위로 러시아 월드컵에서 H조인 폴란드는 세계적인 골잡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30ㆍ바이에른 뮌헨)가 속한 강 팀이다. 신 감독도 손흥민 등 해외에서 뛰는 정예멤버를 모두 호출할 계획이라 한국의 월드컵 성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전이 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5월 중순 월드컵 최종 명단을 확정한 뒤 21일경 소집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한다. 6월 초 러시아와 기후가 비슷한 유럽 지역으로 떠나 약 열흘 간 담금질한 뒤 6월 10일경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크에 입성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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