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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진 찢기까지...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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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진 찢기까지...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입력
2017.12.31 16:5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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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란 테헤란대 앞에서 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경찰의 교문 봉쇄 조치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 사진은 시위 참가자가 찍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테헤란=AP 연합뉴스
30일 이란 테헤란대 앞에서 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경찰의 교문 봉쇄 조치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 사진은 시위 참가자가 찍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엄격한 신정일치(神政一致) 국가로 웬만해선 정부 비판 목소리가 표출되지 않는 이란에서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지방의 한 도시에서 물가폭등과 실업 사태를 규탄하며 시작된 시위의 불길은 수도 테헤란 등 전국 곳곳으로 옮겨 붙으면서 이제는 정권 자체와 최고지도자까지 직접 겨냥한 대규모 반(反)정부 정치집회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집회ㆍ시위가 통제되는 이란에서 이 정도의 소요 사태가 빚어진 것은 2009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항의시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린 이후 이날까지, 반정부 시위는 나흘째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시위 발생 도시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 이스파한 케르만샤 아흐바즈 하메만 호라마바드 등 전국 수십 곳에 달한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사용해 무력 진압에 나섰으며, 시위도 점점 과격 양상을 띠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 당국의 정보 통제 탓에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 중 최소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란 서부 로레스탄주 도루드시에서 2명이 사망했고,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동영상에도 시위대가 시신을 옮기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도 소식통을 인용, 최소 5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현재 구체적인 시위 상황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애초 2015년 국제사회의 대이란제재 해제에도 불구, 계속되는 경제침체에 대한 좌절에서 비롯됐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 알리는 가디언에 “매년 수천명의 학생들이 졸업하지만 그들에겐 직업이 없고, 아버지들은 가족 부양을 못해 지쳐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란의 실업률은 12%로 심각한 수준이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도 40%에 달한다.

극에 달한 불만은 이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로 향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는 물론, 하메네이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찢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이란 군부의 시리아ㆍ레바논 개입 비판,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득권층에 대한 적대감도 표출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위대는 ‘우리는 이슬람 공화국을 원치 않는다’, ‘개혁파와 강경파 모두 끝났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이는 이란의 리더십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분석했다. 세인트 앤드류스대 역사학 교수인 알리 안사리는 “아무도 예상 못한 방식으로 시위가 확산됐는데, 자발적 조직의 진화는 예측이 어렵다”면서 이번 반정부 움직임의 결말을 내다볼 수 없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불편한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탄압하는 정권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이란 국민이 하나의 선택에 직면할 날이 올 것”이라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썼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판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반정부 시위를 더욱 부추긴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30일 이란 테헤란대 안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 가스를 참으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사진은 시위 참가자가 찍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테헤란=AP 연합뉴스
30일 이란 테헤란대 안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 가스를 참으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사진은 시위 참가자가 찍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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