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장기용은 올해 가장 눈부신 활약을 했다. 2012년 모델로 데뷔, 2014년부터 배우 활동에 나섰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4년 여만인 KBS2 종영극 ‘고백부부’를 통해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극중 마진주(장나라)의 첫사랑 정남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훈훈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10대부터 40대까지 여성들을 아우르며 ‘남길 선배’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롤모델은 김우빈이라며 “모델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바랐다.
-‘고백부부’가 호평 받으며 종영했다.
“드라마 제작될 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줬다고 하더라. 제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 1~2회 방송되자마자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해줘 입소문이 많이 났다. 식당에 가면 나이 지긋한 분들도 날 알아서 신기했다. 우리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내가 봐도 정말 재미있었다.”
-정남길 역에 어떻게 캐스팅 됐나.
“대본을 받자마자 ‘해야겠다. 내가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밀란 패션위크 쇼와 겹쳐 첫 미팅을 못해서 정말 아쉬웠다. 한국 들어왔을 때 ‘다시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첫사랑 이미지는 처음이니까 잘 해내고 싶었다. 집에 온통 나라 누나 사진 붙여놓고 연습했다.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남길 패션도 화제였다. ‘역시 모델은 다르구나’ 느꼈다.
“1990년대 대학생 세대들을 공감할 수 없으니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다. 옷도 재킷보다 셔츠를 입으면 좀 더 선배 느낌이 날 것 같았다. 머리도 내리는 것보다 올려서 샤프한 느낌을 줬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사실 남길 캐릭터와 비슷한 점은 거의 없다. 외향적으로 완벽하지만 아픔이 있는 친구 아니냐. 남길의 이미지를 내 식으로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오디션 준비할 때 자신감은 사라짇라. 감독님이 ‘배우들 중에 네가 제일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너를 캐스팅할 때 가능성이 보였고, 내가 생각한 남길 이미지가 너인데 뭘 걱정 하냐. 즐겼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줘서 큰 힘이 됐다.”
-열한 살 연상 장나라와 호흡은 어땠나.
“모든 게 다 좋았다. 여주인공의 첫사랑 역을 맡아 잘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걱정이 많아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 나라 누나가 ‘천천히 해도 돼. 못하면 한 번 더하면 돼. 우리 믿고 편하게 해’라고 조언해주는데 울컥했다. 어느 순간 걱정이 사르르 녹으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누나랑 나 둘 다 호프집에서 고백하는 신을 가장 좋아한다. 시청자들은 남길이 제복 입고 달려오는 진주를 안는 장면을 좋아하더라. 아침에 촬영했는데 햇빛이 쨍쨍해서 무지 더웠다. 감독님이 그 신을 중요하다고 해 테이크도 좀 많이 갔다. 방송으로 보니 감독님의 센스와 음악이 더해져 더 예쁘게 나왔더라.”
-진주가 아들 서진이를 생각하며 우는 신이 정말 슬펐다. 남길은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게 정말 멋진 사람이다. 진주가 서럽게 우는 모습에 남길은 모정 같은 걸 느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친엄마가 날 낳고 도망가서 따뜻함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으니까. 남길은 그런 진주를 보면서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었던 거다. 남길이 진주를 더 좋아하는 기점이 됐다.”
-남길 외 욕심난 캐릭터는.
“다 매력적이었다. (손)호준, (이)이경, (허)정민 형이 정말 웃기다. 함께 촬영하는 신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체 신 한 두 번 정도 있었는데 형들이 정말 잘해서 모니터 할 때 ‘와 대박이다!’ 놀라곤 했다. 이경 형이 연기 한 고독재 어울린다고? 하하(웃음).”
-최반도(손호준)vs정남길 응원하는 파가 갈렸는데.
“왜 굳이…. 난 첫사랑 이미지 아니냐. 우리 드라마는 38세 동갑내기 부부가 타임슬립해 서로 애틋함을 느끼고 해피엔딩을 맞는 스토리였다. ‘내가 더 많이 나와야 돼’ 이런 건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진주는 반도를 선택했다. 결말 만족하나.
“정말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보내줘야 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남길이 혼자 이별여행 계획하고 소풍가서 김밥 먹고 담담하게 진주랑 인사하지 않았나. 실제라면 아마 집에 가서 울었을 거다. 물론 실제로 차인 적도 있다. 이별할 때 생각하며 연기했냐고? 갑자기 목이 타네(웃음).”
-촬영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촬영 초반 부담감도 크고 선배들 앞에 있으니까 기에 눌리곤 했다. 감독님도 ‘쉽지 않나 보다’ 생각하고 항상 날 측은하게 바라봤다. 어느 순간 벽이 사라진 걸 알았는지, 그네 신 찍고 처음으로 등을 두드려주면서 ‘좋았다’고 해주는데…. (또 울컥? 눈물 펑펑?) 아니 글썽! 정말 눈물이 고였다. 흘리진 않았다(웃음).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극중 40대에서 20대 대학생으로 돌아갔다. 타임슬립 할 수 있다면.
“난 스무살로 돌아가도 얼마 차이가 안 나니까. 유치원 때로 왜 돌아가냐(웃음). 미래로 갈 수 있다며 80대 할아버지로! 종착역에 먼저 도착해 내가 살아온 모습을 다 볼 수 있지 않나. 손자, 아들도 있을 테고. 미리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백발에 수트 입고 안경 딱 쓰고! 멋있을 것 같다.”
-모델 출신 배우 선입견에 대한 생각은.
“물론 지금도 선입견이 있지만 ‘고백부부’로 조금 큰 불은 끈 느낌이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 차기작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그런 말을 안 듣기 위해 노력할거고 안 들을 자신도 있다. ‘고백부부’를 통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인터뷰하면 작품보다 쉴 때 뭐하는지, 심지어 엄마, 아빠 여행도 물어봤다(웃음). 작품 얘기를 많이 해서 좋다. ‘내가 준비한 걸 잘 했구나.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줬구나’ 느낀다.”
-김우빈을 롤모델로 꼽았는데.
“김우빈 선배를 좋아해서 닮고 싶다. 이번 작품 할 때도 참고를 많이 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데, 도전을 마다하지 않을 거다.”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데뷔 후 가장 행복했을 때는.
“행복하다기 보다 ‘이 일을 잘 했다’고 많이 느낀다. 어렸을 때는 낯가리다 못해 정말 소극적이었다. 우연치않게 패션쇼 영상을 보고 ‘모델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한테 ‘나 모델 할래요’라고 용기내서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울산 어딘가에 있었을 거다. 요즘 일할 때가 정말 좋다. 일상에서는 굉장히 불안하다. 다음날 스케줄이 없으면 늦잠 잘 수 있는데 잠이 안 온다. 오늘도 촬영해야 되는데 싶다. ‘고백부부’를 통해 많이 바뀌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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