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 찬성으로 나온 국민의당 전당원투표 결과에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전임 대표인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31일 입장문을 내서 “국민의당 당원투표 결과 안 대표께서 재신임을 받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당원들의 뜻이 확인됐다”며 “환영하고,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통합 찬성과 반대 측이 대립해온 국민의당이 이번 당원 투표를 계기로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만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범개혁정당’이라고 정체성까지 부여하며 바른정당과 통합신당 창당 구상을 밝힌 안 대표와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진다. 안 대표는 투표 결과 통합 찬성 의견이 74.6%으로 나오자, “합리적 진보와 새로워지려는 보수가 함께 범개혁정당을 만들어보겠다”며 “개혁 정당으로 똘똘 뭉쳐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치개혁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 이용주 장정숙 최경환 박주현 의원 등 호남계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 무효와 안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또 ‘보수야합을 저지하는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의 출범을 알리며 ‘당내 투쟁’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유 대표가 안 대표의 통합신당 구상에 당장 화답하지 않지 않은 건 이 같은 국민의당 내분 정리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로 내부 논란이 종식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당 수습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통합을 한다 해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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