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 등 처리 기술ㆍ장소 없어
국내 원전 폐기물도 고민거리
한전 “UAE 이면계약 사실무근”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 과정에 핵폐기물과 폐연료봉 국내 반입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한국전력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원전 전문가들도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전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과 UAE원자력공사(ENEC)간 체결한 주계약상 한전이 UAE 원전의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로 반입하기로 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계약은 2009년 12월 한전과 ENEC이 맺은 원전 건설(EPC) 계약을 가리킨다. 최소한 한전과 ENEC 사이 계약에는 핵폐기물 관련 내용이 없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건상 해외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국내에 가져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핵폐기물과 폐연료봉 처리 기술과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도 약 1만5,000톤에 이르지만 정부는 아직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확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계약 때 핵폐기물 처리를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일부 국가는 수주에서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해 먼저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일부 해외 원전 수주 시 핵폐기물의 러시아 내 처리를 조건으로 내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핵폐기물을 핵연료 수송선에 선적해 해외로 보내는 일은 주로 일본과 영국ㆍ프랑스 사이에서 이뤄져 왔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그 동안 영국과 프랑스의 핵연료 처리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용후핵연료를 보내 재처리한 뒤 다시 일본으로 가져왔다. 일본은 1993년 공사를 시작한 일본 롯카쇼 재처리공장이 20회가 넘는 연기 끝에 내년 9월에나 정식 가동될 예정이라 아직은 자체 핵폐기물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60년 후 UAE 원전이 수명을 다할 무렵 국내 핵폐기물 처리 기술과 처리장이 확보될 순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처리하는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해외 핵폐기물 반입을 조건으로 원전 수출 계약을 했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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