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재협상 불응 방침 속
아베, 평창 방문 보류 가능성 커져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28일 위안부합의 입장문 발표에 따른 한국 측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 보류 가능성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연초 한국 측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 ‘합의훼손 불가’ 방어막을 단단히 쌓는 상황이다.
29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심의관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협의했다. 협의에선 재협상 요구와 추가 조치에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향후 한국 측 발표내용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 등도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나가미네 대사를 불러들인 뒤 85일 만에 귀임시킨 전례가 있다. 요미우리는 그러나 강력한 대응수단을 취하면 한일관계가 냉각될 것이라며 최근 긴박한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으로부터 요청받았던 아베 총리의 내년 2월 방한 여부도 참석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위안부 합의 이행이 좌초한 가운데 이런 시기에 방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올림픽 개최시기가 통상 국회(정기국회)의 2018년도 예산안 심의와 겹친다는 점과 주요국 정상이 참석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일본 내에선 위안부합의 이전 박근혜 정부 때의 ‘한국방치론’이 재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정부 고위관계자가 “여기까지 짓밟히면 일본 국민도 반발한다. 총리가 평창에 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고 속보로 전했다. 또 일본 측은 합의대로 거출한 10억엔을 ‘위자료’ 삼아 ‘전략적 방치’ 노선을 결정했다며, 한국측의 합의검증에 대해서도 무시한다는 자세라고 전하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6일간의 연말연시 휴가에 들어갔다. 도쿄도내 호텔에 머물며 골프 등을 즐길 것으로 전해졌다. 1일엔 고쿄(皇居ㆍ왕궁)에서 열리는 신년축하의식에 참석하며 4일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신궁에서 연두기자회견을 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