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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히 돌아온 준희… 4월에 이미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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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히 돌아온 준희… 4월에 이미 버려졌다

입력
2017.12.29 16: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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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ㆍ계모 어머니 짜고 시신 유기

“퇴근하니 토사물 흘린 채 사망”

병원 가지 않고 군산 야산 묻어

“이혼소송 영향 줄까 말 못했다”

친부 “죽이지 않았다” 살해 부인

평소 학대 가능성 등 부검 조사

실종된 고준희(5)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고준희(5)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은 이미 8개월 전 사망해 친아버지와 내연녀 어머니에 의해 시신이 유기됐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친부 고씨와 준희양을 돌봤다는 김씨를 상대로 그간의 행적 등을 추궁, 두 사람이 공모해 군산의 한 야산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고씨 등을 상대로 준희양의 사망원인, 유기 방법, 범행동기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29일 준희양의 시신을 암매장한 친부 고모(36)씨와 고씨 내연녀의 어머니 김모(61)씨를 긴급 체포했다. 고씨는 경찰에서 “준희가 죽은 사실을 친모가 알게 되면 이혼소송과 양육비 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준희양 시신은 김씨 차량 트렁크에 실려 고씨 선산이 있는 군산 내초동 야산에 버려졌다. 시신은 산 중턱 쓰러진 나무 밑 깊이 30㎝ 구덩이 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준희양은 온몸이 수건으로 싸여 있었고 시신 옆에는 평소 가지고 놀던 인형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준희양 사망 시기를 4월 26일로 추정했다. 고씨는 이날 내연녀가 데리고 온 아들(6)과 준희양이 자주 다퉈 내연녀의 어머니 김씨 집에 맡겼다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경찰에서 “4월 27일 새벽 1시쯤 퇴근했는데 딸이 토사물을 흘린 채 기도가 막혀 있었고 이미 전날 밤 11시쯤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친부와 내연녀 어머니는 준희양의 숨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준희양을 보살피던 김씨에게 딸이 죽은 뒤에도 양육비 60만~70만원을 매달 지원했다. 김씨는 새로 이사한 집안 곳곳에 준희양의 인형과 장난감을 진열해 놓았다. 준희양 생일(7월 22일)에는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에게 나눠주며 철저한 이중생활을 했다. 하지만 4월 이후 준희양의 병원 진료 기록이 없고 준희양 생필품에서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 수사 끝에 들통 났다.

준희양 시신은 발견됐지만 사망원인과 시신을 유기한 동기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고씨는 딸 유기 사실을 경찰에 털어놨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준희양이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상식적인데도 사망한 아이를 야산에 유기했다는 것으로 미뤄 범죄 의혹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준희양이 올 2월과 3월 머리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병원 진료를 받았고, 고씨 등이 “준희가 입에 토사물을 물고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학대 가능성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멀쩡한 아이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된 사전 징후와 외부 충격 등이 있었는지, 이를 알고도 방치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준희양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또 준희양이 사라졌다고 거짓 진술을 한 내연녀 이모(35)씨를 입건해 고씨 등과 공모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준희양이 숨진 후 약 7개월간 무관심했던 생모 등 직계가족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오면 사망원인과 학대 여부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며 “유기치사 또는 학대치사 가능성도 배제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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