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며 시내버스 덮쳐 승객 사상
크레인 기사 등 과실 혐의 조사
서울 강서구 건물 철거현장 크레인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발생 당시 울린 경고음을 무시하고 작업이 계속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무리하게 설치했다는 현장 감식 결과도 받아두고, 크레인 기사 등 현장 직원을 상대로 과실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서경찰서는 사고 직후 합동감식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설치해 쓰러졌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70톤인 이동식 크레인이 5톤짜리 굴삭기를 들어 건물 4층 높이까지 올리려는 작업을 하다 불안정한 지반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문가가 봐도 작업을 하기에는 위험한 지반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 강모(41)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전날 입건한 데 이어, 현장 소장 김모(41)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현장 소장 등은 “크레인이 넘어지기 전 경고음이 울렸다”, 크레인 기사는 “경고음과 동시에 크레인이 넘어갔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인 경고음은 지반이 고르지 않거나 수평이 맞지 않을 때 울리는데, 경찰은 이 같은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멈추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굴삭기로 콘크리트 부스러기들을 모아 평탄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지반이 약한 사실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고로 사망한 버스 승객 서모(53)씨 유족은 “버스 회사나 크레인 회사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작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체 장애를 앓았는데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고 책임자에게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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