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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목” 대표 딸 업체 빵을 가맹점에 강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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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목” 대표 딸 업체 빵을 가맹점에 강매

입력
2017.12.29 15:4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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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등 7개 업종 50개 가맹본부

세척제ㆍ치즈ㆍ마스크까지 폭리

유통마진 통해 차액 가맹금 수취

연간 매출의 20% 이상 차지해

총수의 가족ㆍ친인척 운영회사서

물건 공급하는 곳도 절반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 피자 프랜차이즈 A사는 치즈(10kg)를 가맹점에 공급할 때 품질과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목’이란 명목으로 9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치즈는 시중에서 공동 구매하면 6만원이면 살 수 있다. 시중에선 25장에 1만6,000인 ‘도우’(빵)도 가맹점엔 2만5,000원에 넘기고 있다. 가맹점주 B씨는 “도우 업체를 본사 대표의 딸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도 가맹점주들에게 세척제, 소독제, 음식용기, 일회용 숟가락 등 18개 품목의 구입을 강제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3만7,8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위생마스크는 5만3,700원에 공급됐다. 공정위는 “시중에서 구입해도 김밥 맛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바르다김선생에 과징금 6억4,300만원을 부과했다.

국내 주요 외식업종 프랜차이즈 본부의 94%가 가맹점에 필수품목 구입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필수품목 공급 업체가 총수의 배우자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소유인 경우가 절반이나 됐다.

공정위는 29일 7개 외식업종 50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한 ‘필수품목 거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공급하며 ‘리베이트’를 받거나 통행세를 수취하는 등 외국에선 볼 수 없는 신(新)유형의 불공정거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가맹본부 10곳 중 9곳 필수품목 ‘마진’ 의존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개 본사 중 47곳(94%)이 필수품목에 유통마진(차액 가맹금)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맹금(본사에 정기ㆍ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대가)을 수취했다. 가맹금 전액을 ‘로열티’(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보내는 구조)로만 받는 곳은 3곳(6%)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발상지’인 미국에선 로열티 방식이 일반적인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 연간 매출에서 차액 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안팎일 정도(치킨 27.1%, 한식 20.3%, 분식 20.0%)로 높았다. 가맹점 매출에서 본부에 지급한 차액 가맹금 비율도 치킨이 10.6%로 가장 높았다.

특히 ‘필수품목 지정→유통(마진)→가맹점 공급’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프랜차이즈 수익구조는 그 과정이 매우 불투명했다. 일부 본사는 ▦브랜드나 상품의 동일성 유지와 거리가 멀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폭리를 취했다. 주방용품(행주ㆍ타올) 사무용품(노트ㆍ가위) 일회용품(포크ㆍ스푼ㆍ종이컵) 등도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어떤 물품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할 지 여부는 100% 본사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총수의 배우자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통해 필수품목을 공급하는 가맹 본사가 24곳(48%)에 달했다. 실제로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도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할 때 자신의 동생 아내(제수) 명의로 된 회사를 중간 납품업체로 끼워 넣어 57억원의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

필수품목으로 지정된 물품의 제조업체나 물류업체로부터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챙기는 본사도 22곳(44%)에 달했다.

전문가들 “필수품목 지정 최소화해야”

공정위는 필수품목 정보 공개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을 통한 가맹금 수취여부 ▦매출액 대비 필수품목 구매비율 ▦특수관계인 및 리베이트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본사만이 개발할 수 있는 핵심 소스 등 ‘차별적’ 물품만 필수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지정 요건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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