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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여탕서 절박한 신고전화 했건만 구조대는 지하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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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여탕서 절박한 신고전화 했건만 구조대는 지하 수색

입력
2017.12.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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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주차장 천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주차장 천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9 상황실-현장 구조대 무전기 소통 차질 빚으며

제천 화재 신고접수 40분 후에야 2층 구조 시작

“대피할 데가 없어요. 빨리요 빨리. 사람 다 죽어 창문 열어”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났을 때 2층 여성 사우나에 갇힌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2층 여성 사우나가 아닌 지하로 향했다. 이후에도 119로 2층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구조대는 건물 지하 수색에 몰두했다. 당시 지하에는 한 명도 없었다. 생사의 기로에 있던 위급한 시간에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구조대가 2층 통유리에 사다리를 댄 건 화재 발생 신고 접수 이후 40여 분 만이다. 그사이 2층 여성 사우나 안에서는 20명이 질식해 숨졌다.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구조대가 2층이 아닌 지하로 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장비와 시스템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제천 화재 당시 119 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첫 신고 시간인 21일 오후 3시 53분으로부터 6분이 지난 59분쯤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2층에 자신을 포함해 10명 정도가 갇혀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2층 사우나에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빨리 대피하라”는 말만 6차례 반복했다. 두 차례에 걸쳐 “2층 여탕에 있다”며 “숨 못 쉬어 우리 죽어”라고 절박한 상황을 알리며 절규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여탕은 지하에 있어요? 몇 층에 있어요 지금?”이라고 되물었다. 119와의 통화에서 A씨는 ‘빨리’라는 말을 79차례, ‘살려줘’를 11차례, ‘숨 못 쉰다’를 5차례나 외쳤다. 절규하는 A씨에게 직원은 “구조대원들이 올라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 구조대는 2층 여성 사우나 구조 현장에 없었다. 고드름 제거를 하기 위해 출동하다 스포츠센터 화재 신고를 받고 방향을 돌린 구조대(4명)가 도착한 사고 현장에 시간은 A씨의 신고 전화가 끊긴 뒤 7분이 지난 오후 4시 6분이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건물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1명을 에어 매트로 구조한 뒤, 2층이 아닌 지하 수색에 나섰다. 2층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다는 게 당시 구조대장의 얘기다.

구조대장은 “무전기가 안 된 건지, 못 들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2층 구조와 관련된 무전을 받지 못했다”며 “현지 지휘팀장도 건물에 매달려 있는 생존자 외에는 얘기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 당연히 그리로 향했을 것”이라며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조 매뉴얼에 따라 완전히 고립될 수 있는 지하를 우선 수색지역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19 상황실에서는 A씨와 통화하던 중간에도 현장 출동대에 “구조대 빨리 2층으로. 여자, 여자, 2층”이라고 무전을 보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무 응답이 없었고, 다급해진 상황실은 오후 4시 4분쯤 부대장 역할을 하는 화재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2층 상황을 알렸다.

이런 혼선 속에 소방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시간은 이로부터도 한참 뒤인 오후 4시 37분이었다. 구조대장은 “구조대원의 산소통을 보충하려고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 소방서장으로부터 2층 진입 지시를 처음 받아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2층 구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2층 여성 사우나 희생자들이 애가 타게 구조를 요청했고, 119상황실도 다급한 상황을 현장 구조대에 알렸지만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조가 지연돼 이곳에서만 2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최우선 교신 장비인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의문으로 떠올랐다. 제천소방서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무전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 지역이 많아 평소에도 무전기가 먹통일 때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다급한 현장 상황과 산소호흡기 등 많은 장비를 착용한 탓에 무전 소리를 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화재 현장 정보를 빨리 입수해 현장 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지휘부조차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분일초가 급한 구조 현장에서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 2층에 갇혔던 20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로 숨진 희생자는 29명, 부상자는 39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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