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비 50달러 인하키로
교체 후에는 문제없이 사용 가능
최근 구형 아이폰 성능조작이 사실로 일어나 전 세계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던 애플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구형 배터리를 가진 아이폰의 성능 처리 방법과 그 과정을 전달한 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들었다”며 “여러분 가운데 일부가 애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어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다”며 “우리는 결코 의도적으로 애플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저하해 고객 업그레이드를 유도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항상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고 가능한 아이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애플은 후속 조치로 배터리 교체비용을 내년 1월부터 현 79달러에서 29달러로 50달러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배터리의 상태를 파악해 새 배터리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춘 iOS 업데이트도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폰 배터리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성능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를 발표한 것은 아이폰 성능저하 파문의 역풍이 예상외로 거세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iOS의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터리 노후 정도는 스마트폰 성능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데도 사용자에게 구형 아이폰을 오래 썼으니 신형으로 교체해야 할지 착각하게 한다는 게 요지였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20일 공개 성명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변 온도가 낮거나, 충전이 덜 됐거나, 노후한 상태일 때 최고 성능을 내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기기를 보호하느라 갑자기 전원이 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지난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 SE를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으려고 이런 기능을 도입했으며, 아이폰7에도 적용했고 다른 기기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 고지 없이 성능저하 기능을 도입한 데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마치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말한 이 해명성 성명이 이용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파문 이후 미국에서만 4건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국내 소비자들도 소송에 가세했다. 세계 증시 대장주인 애플 주가는 26일 2.54%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4조5,000억 원이 증발했다. 장중 낙폭은 한때 4%까지 커지기도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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