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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기부 한파’ 나눔의 시민 의식으로 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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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기부 한파’ 나눔의 시민 의식으로 녹이자

입력
2017.12.28 19:4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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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기부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나눔 캠페인’ 37일째인 지난 26일까지 모금액은 2,085억원으로 목표액(3,994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52.2도에 머물렀다. 지난 3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단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고 중소규모 단체들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사회복지시설에 답지하던 연탄과 쌀, 내복 등 물품 기부도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기부 열기가 싸늘히 식은 것은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탓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공익재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에서 기부 관련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진 여파로 보인다. 지난 8월 불우아동을 위한 시민들의 후원금 128억원을 유용해 덜미를 잡힌 ‘새 희망 씨앗’ 사건과 “희소병 딸의 치료를 도와 달라”며 모은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기부 포비아(공포증)’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기부에 대한 불신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부 참여율은 26.7%로, 조사가 시작된 2011년(36.4%) 이후 최저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서도 ‘기부단체의 정보 공개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72.5%에 이르렀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물론 우리 사회의 온정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사례도 많다. 28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18년째 그가 놓고 간 금액은 모두 5억5,813만여원이나 된다. 지난 24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누군가 역대 최고 금액인 1억5,000만원의 수표를 넣고 갔다.

식어가는 기부 문화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 기부단체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사용 내역을 누구든 열람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이 급선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공익법인 관리감독 기관 일원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기업이 국정농단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기부와 나눔의 활성화는 더욱 절실하다. 나눔과 기부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고 희망을 키워낸다. 이웃에 따뜻함을 나눠 주는 시민 의식이 이번 연말연시에도 다시 꽃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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