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2017, 지구촌을 움직인 영웅] 내전에 눈 잃은 아이, 국제사회의 눈을 뜨게 하다

입력
2017.12.28 19:00
2면
0 0

폭격에 왼쪽 눈 잃은 시리아 아이

사진 공개되자 SNS 캠페인 줄이어

눈가에 피멍 든 예멘 아이 보도에

네티즌들, 같은 포즈로 아픔 공유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동구타에 사는 생후 3개월의 카림 압델 라만이 20일 머리의 수술 부위를 봉합한 채 누워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예멘 사나 인근에서 공습으로 부상 당한 5세 부타니아 무하마드 알-라이미. EPA 연합뉴스·카렘 알제리 페이스북 캡처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동구타에 사는 생후 3개월의 카림 압델 라만이 20일 머리의 수술 부위를 봉합한 채 누워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예멘 사나 인근에서 공습으로 부상 당한 5세 부타니아 무하마드 알-라이미. EPA 연합뉴스·카렘 알제리 페이스북 캡처

한 아이는 왼쪽 눈을 잃었고 다른 한 아이는 눈가가 심각히 부어 앞을 보지 못했다. 눈을 잃은 아이는 엄마를, 다른 아이는 부모와 형제자매 모두를 잃었다. 태어난 곳은 시리아와 예멘으로 달랐으나 두 아이 모두 평범한 일상 중 포격과 공습을 당했다.

두 아이의 이름은 카림 압델 라만(당시 생후 1개월)과 부타니아 무하마드 알-라이미(5). 지난 10월과 8월 각 촬영된 카림과 부타니아의 사진은 이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며 큰 파장을 불러왔다. 수년째 이어진 내전의 최대 피해자가 된 아이들에게 세계인들이 “우리가 함께 하겠다”며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다.

카림의 한달 남짓한 삶은 4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동(東)구타에 사는 젖먹이 카림은 당시 엄마에게 안겨 시장에 갔다가 정부군의 폭격으로 두개골에 치명상을 입고 안구를 잃었다. 7번의 수술 끝에 살아남았지만 눈이 있던 자리가 움푹 꺼져 큰 흉터가 남았다. 카림의 사진이 공개된 후 이달 사진작가 아메르 알-모히바니가 ‘카림과 연대를(#SolidarityWithKarim)’ 캠페인을 시작했고 SNS에는 한쪽 눈을 가려 아이를 응원하는 사진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사흘간 이 해시태그만 2만6,000여번 사용된 가운데 누레틴 자니클리 터키 국방장관과 매튜 라이크로프트 주유엔 영국 대사,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 등 고위급 인사도 대거 참여했다.

시리아 내전 피해를 알리는 '카림과 연대를'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 유사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도 이 캠페인에 대거 동참했다. 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피해를 알리는 '카림과 연대를'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 유사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도 이 캠페인에 대거 동참했다. AFP 연합뉴스

부타니아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예멘 수도 사나 교외에 사는 부타니아는 8월 25일 새벽 집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에 의해 피격되면서 가족 8명을 잃고 홀로 남았다. 머리뼈 골절과 뇌진탕 진단을 받은 부타니아는 피멍이 가득한 한쪽 눈을 감은 채 다른 눈가를 손가락으로 쥐어 겨우 떠 보였다. 아이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네티즌은 같은 포즈로 촬영한 사진들을 게재, ”국제사회는 예멘 참사에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대신 지켜보겠다”며 예멘 사태를 알리고 나섰다.

40만명(시리아), 1만여명(예멘)이 숨진 이곳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매일 무고한 죽음을 견뎌야 하는 분쟁지 주민들의 고통을 알린 두 아이는 올해 가장 큰 자취를 남긴 영웅이었다.

늘어난 관심에도 두 지역에서는 여전히 포화가 끊이지 않는다. 유엔 당국은 시리아군에 포위된 동구타에서 긴급 치료가 필요한 아이만 137명이라고 밝혔으나, 이달 말이 돼서야 29명에 대해 대피 및 이송 결정이 내려졌다. 카림의 아버지 아부 무하메드는 터키 아나돌루통신과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는커녕 (구호품 통제로)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며 “포위된 상태에서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레바논 일간 안-나하르의 제이나 나세르는 "연대의 정신이 SNS 상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린 것은 놀랍지만 정말 이것으로 충분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