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증언… 발화시점 논란
“화재 신고 더 빨랐더라면…”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와 관련, 119에 최초 신고한 시간보다 28분 앞선 시간에 건물 관계자가 발화점인 1층 천장의 불을 끄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 화재 신고만 빨리 했더라면 화재 진압과 구조를 앞당겨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제천참사 유가족대책본부는 지난 21일 오후 3시 25분쯤 노블스파 1층 천장에서 연기가 나고 있고, 건물 관계자가 불을 끄고 있는 것을 희생자 유족의 지인인 A(72)씨가 목격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당시 노블스파에서 목욕을 마치고 건물 2층과 지상을 잇는 계단을 내려오다 1층 천장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봤다고 유가족대표단에 목격담을 전했다. A씨는 건물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다고도 전했다.
이후 A씨는 건물 관계자가 불을 끈 것으로 생각하고 귀가했으나 이날 밤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의 증언을 감안하면 노블스파 1층 천장에서 불이 난 시간은 건물관리인 김모(50)씨가 얼음제거작업을 했다고 한 오후 3시 10분부터 25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이날 윤창희 유족 대표는 “최초 화재 발생 시간을 정확히 밝히고 왜 건물 관계인들이 일찍 신고를 안 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도 최초 신고된 3시 53분보다 훨씬 전에 발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신고5분 전인 3시48분쯤 불덩어리가 천장에서 주차된 차량으로 떨어지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발생 시간과 초기 대응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빙성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화재 초기 “직원에게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손님들에게 대피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경찰에 체포되자 변호사를 선임하고,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 것으로 보이는 관리인 김씨도 신빙성이 낮은 진술만 하고 있어 화재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작업 사실을 부인하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김씨의 모습을 보여주자 뒤늦게 “손으로 열선의 얼음을 제거했다”고 번복했다. 그는 또 변호인을 통해 “건물주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작업했다”며 직접적인 책임을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27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돼 풀려나면서 그의 신병을 확보해 강도 높게 진행하려던 경찰 수사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제천=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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