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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려 밀실 찾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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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려 밀실 찾는 10대

입력
2017.12.28 16:5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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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주점 출입 통제 강화

감시 피해 모텔서 치맥 시키고

직원 없는 코인 노래방서 한잔

서울 관악구의 한 주점에서 점주가 '신분증 감별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박지윤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주점에서 점주가 '신분증 감별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박지윤 기자

서울 강북구에 있는 치킨집 배달원 김모(21)씨는 최근 인근 모텔로 ‘치맥(치킨과 맥주)’ 배달을 갔다가 방 안에 모여 앉은 학생들을 맞닥뜨렸다. 딱 보기에도 미성년자. 김씨가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하자 이들은 “술 마시려고 치킨을 시킨 건데, 술 안 줄 거면 치킨도 가져가라”고 화를 냈다. 김씨는 “요즘 배달을 하면서 학생들을 종종 마주친다”면서 “주민증 검사를 해야 하는데, 바쁜 시간대에는 알면서 눈감아줄 때가 많다”고 했다.

주점들이 미성년자 출입 통제를 강화하면서 술을 찾아 청소년들이 음지로 모여들고 있다.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도용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술집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지만, ‘신분증 감별기’가 보편화하면서 이제 거의 무용지물. 문을 막아 설 직원들이 없는, 감시의 눈길이 없는 사각지대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코인노래방이 대표적이다. 기계에 돈을 넣은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코인노래방은 체류시간에 제한이 없고, 24시간 운영되면서도 상주 직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 밤 10시 이후 출입이 금지되는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청소년들에게 ‘경제적인 음주 공간’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달 중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코인노래방에서는 10대 학생 3명이 몰래 술을 가져와 마시다 만취한 친구를 감당하지 못해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주들은 “상주 직원이 따로 있더라도 방 안에서 누가 뭘 하는지 일일이 문을 열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텔이나 빈 친구 집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치맥 같은 배달을 주로 이용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배달업체에서 주류 구입시 나이 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63.7%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률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고등학생 A(17)군은 “특히 배달대행업체에서 나온 배달원은 술을 식당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라도 대부분 모른 체 해준다”라면서 “성공한 곳은 목록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출입 업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10대들 출입이 확실히 줄었지만 이들이 오히려 사각지대를 찾아 들어가면서 단속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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