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SNS 사용, 그릇된 정보 확산” 경고
직접 거명 안했지만 ‘트위터광’ 트럼프 비판한 듯
내년 해리왕자 결혼식 때 오바마만 초대 가능성
英 정부, 트럼프 제외 땐 대미외교 악화될까 우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특히 지도자들의 경우, 공동체의 분열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평소 트위터를 통해 정적들에 대한 비난을 가차 없이 쏟아내며 매번 논란을 증폭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보도된 해리 왕자(33)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무책임한 소셜미디어 사용은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왜곡시키고 그릇된 정보를 확산시키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방송된 두 사람의 대화는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상이군인 올림픽’인 제3회 인빅터스 게임 기간 현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당시 해리 왕자는 BBC 라디오4 의 객원 진행자 자격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터넷이 대중의 선입견을 강화하고 사회를 균열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의 위험성 중 하나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리얼리티들을 갖게 된다는 점”이라며 “현재의 편향성을 재강화하는 정보 속에 사람들을 틀어박히게 한다”고 우려했다.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나 방향성을 갖춘 정보들만, 그것도 사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문제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허용하고, 공동의 기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어떻게 기술을 다루느냐 하는 점”이라면서 “지도자 위치에 있는 우리들 모두는 인터넷에 ‘공동의 공간’을 재창조하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자가 된 데 대한 소회를 묻는 해리 왕자의 질문에는 ‘복잡한 느낌’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모든 일이 다 펼쳐진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계속되겠지만, 평온한 날도 있었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인터뷰 모습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된 가운데, 내년 5월 19일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식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현지 언론들은 해리 왕자 결혼식 초청 명단을 둘러싸고 영국 외무부와 총리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오바마 전 대통령만 초대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외될 경우, 최근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더욱 더 불편해져 대미 외교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해리 왕자는 수년에 걸쳐 우정을 쌓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를 받을지는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마클은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 동안 트럼프 후보를 비난하는 트윗을 수 차례 올리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왕실 결혼식에 초청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매우 언짢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 결혼식 초청 명단은 버킹엄 궁이 작성하며,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조언’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 왕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 초청 여부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초청장이나 하객 명단을 만들지도 않은 상태인데, 그가 초대받을지 아닐지 누가 알 수 있겠나”라면서 “깜짝 발표를 망치고 싶지 않아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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