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해제한 사이버사 문서 21건 중 하나
2012년 총선 앞두고 총력 대응체제 전환
‘보수 진영 우호 반응 60%↑ 유지’ 지침
30일 동안 원고ㆍ웹툰 190편 제작 배포
이철희 의원 “컨트롤타워 靑ㆍ책임자 김관진”
국방부 보안심사위, 첫 군사비밀 공개 의결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12년 4ㆍ11 총선을 앞두고 국군사이버사령부의 국내 정치 개입을 진두 지휘했다는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내부 문건이 추가로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27일 ‘북한의 대남 C(사이버)-심리전 관련 대응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2012년 3월 9일 작성된 이 문건은 국방부가 이날 비밀 해제한 21건의 사이버사 문건 중 하나로, 김 전 장관이 직접 서명한 것이다.
사이버사는 문건 서두에 ‘북한 및 종북세력의 아(我) ‘국가 중요행사’ 방해 및 국론분열 획책 위협에 대한 우리의 C-심리전 대응전략을 보고 드리는 것’이라고 표시했다. 여기서 ‘국가 중요행사’는 총선이다.
문건을 보면 사이버사는 총선 한 달 전인 2012년 3월 12일 오전 9시부터 ‘C-심리전 총력 대응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직을 재편하고 임무를 조정해 모든 간부와 64명의 사이버사 요원이 총선 대응에 투입되도록 한 것이다.
사이버사는 또 작전 시행ㆍ평가 주기를 주간 단위로 분할해 5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3월 12일부터 18일까지가 ‘북한 개입 경고’, 18일부터 25일까지가 ‘종북 위협 전파’, 26일부터 4월 1일까지가 ‘중도 오염 차단’, 2일부터 8일까지가 ‘우익 결집 보호’, 9일부터 11일까지가 ‘흑색선전 차단’ 주간이었다.
아울러 사이버사는 ‘1명의 간첩이 100명의 종북세력과 1만 명의 좌파를 만든다’고 강조하며 ‘식별→분류→신고의 3단계 절차로 불순세력 활동을 억제’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내외 1,304개 웹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보수 진영에 우호적인 반응을 60% 이상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이버사는 ‘창의적 전술’이라며 총선 전 30여일 동안 매일 6편 이상, 총 190편의 원고와 웹툰을 제작해 사이버 공간에 지속적으로 뿌리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비밀 문건은 앞서 이 의원이 9월 25일 공개한 ‘사이버사 BH 협조 회의 결과’ 문건에서 언급됐다. ‘BH’는 청와대를 지칭한다. 해당 문건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요청해 이뤄진 회의의 결과 보고서로, 청와대가 사이버사의 총선 대응 전략을 보고 받고 높이 평가했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이 의원은 “두 문건을 보면 청와대가 요청하고 장관이 결재하면서, 사이버사를 총선에 개입시킬 목적으로 매우 심혈을 기울여 작전 지침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장관이 책임자, 사이버사가 행동대로 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는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문건을 포함한 사이버사의 군사비밀 문서 21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공개가 결정된 문건들은 사이버사가 보유한 군사비밀 중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자료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0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생산된 문건으로 ‘사령부 현황 보고 자료’, ‘지휘체계 변경에 따른 정보활동비 지급 건의’, ‘2012년 사이버 심리전 작전 지침’, ‘사이버 심리전 방향(보고)’, ‘사이버 심리전 상황’, ‘2012년 대응작전 목록(보고)’ 등이다.
보안심사위는 국방부 실장과 합동참모본부 차장, 각군 참모차장 등 고위 관리자들이 참석해 보안 정책이나 군사비밀 공개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보안심사위가 군사비밀 공개를 의결한 건 처음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결정을 최종 승인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번 결정을 통해 군의 정치 관여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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