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업체 사업자등록 않고
부가세ㆍ소득세 등도 내지 않아
국세청, 뒤늦게 가산세까지 부과
업주 “그 동안 세금얘기 못 들어” 항변
대구권 시내버스 구내식당 운영자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억대의 세금을 부과 받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관할 세무서가 그 동안 누락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더해 납부를 통보하자 "구내식당은 면세사업장이며, 20년 넘게 세금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 시내버스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관할 세무서를 통해 위탁 운영 중인 시내버스 구내식당에 대해 2012년부터 3년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가산세 납부를 통지했다. 지난해 9월 30여 업주에 대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부과하고 있다.
경산 지역 차고지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해 온 이모(61)씨는 1억 원이 넘는 세금납부고지서를 받게되자 지난해 10월 조세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업자들에게도 내달 중에 무더기 납부 고지서가 날아들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버스 구내식당 업주들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경영자가 종업원들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 부가세를 면제한다고 한다”며 “버스회사에서 직원들 밥만 잘 챙겨주면 된다고 했고, 20년 넘게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억대의 세금을 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대구지역 36개 시내버스 구내식당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세무서 측은 구내식당 대부분이 버스회사 직영이 아니라 위탁운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구내식당 운영자 대부분이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점을 고려한 식대를 버스회사로부터 받았을 따름이다. 업자들은 또 “부가세는 부가된 가치에 부과하는 것인데, 식자재나 인건비, 전기ㆍ수도요금 등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버스회사가 식당에 지급한 식대 전체를 부가가치세로 계산했다”며 “구내식당 업자들이 연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내버스 구내식당 식대는 버스조합과 노조가 협의해 정한다. 노선이나 운행 대수에 따라 회사별로 차이를 보인다. 2000년 한끼에 1,500원이던 것이 올해는 2,950~4,500원으로 올랐다. 업주들은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된다. 부가세를 내는 것으로 알았다면 그 만큼 버스회사에 식대를 더 요구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뒤늦게 사업자등록을 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시내버스업계 특성상 구내식당은 종점이나 차고지에서 할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이 식당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업주는 “다른 업주 소식을 듣고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하려 했으나 차고지는 식당업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당연히 사업자등록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계약이나 약정이 있었더라도 독립된 사업체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버스운전사들은 종점이나 차고지, 회차지 등에서 밥을 먹고, 회사로부터 받은 식권을 구내식당에 낸다. 구내식당은 한 달에 2차례 버스조합에 식권을 제출하면 조합이 수입금공동관리계좌를 통해 지급하는 구조다. 형식적으로는 위탁운영이지만 실질적으론 버스조합 직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충대충 해 오던 오랜 관행이 한 푼의 세수가 아쉬운 국세청의 저인망식 세원확보 노력과 충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시내버스 구내식당 업주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현행법상으론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결과에 따라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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