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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한국 뉴스 ‘남북 이슈’ 최다… 경제는 10%뿐

입력
2017.12.27 16: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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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기관지ㆍ진보지 분석 결과

60%가 정치 분야 문제 다뤄

전직 대통령 비리 보도에도 관심

예술ㆍ공연 많지만 음식 소개 적어

경제 778건 불과… 홍보 부족 탓

호찌민시 시내 한 신문 가판대에서 한 청년이 신문을 집어 들고 있다. 한국처럼 서점이나, 편의점 등 내부에서 신문을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길거리에서, 영세한 상인들이 다른 물건을 팔면서 같이 판매한다. 1부에 5,000동(약 250원).
호찌민시 시내 한 신문 가판대에서 한 청년이 신문을 집어 들고 있다. 한국처럼 서점이나, 편의점 등 내부에서 신문을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길거리에서, 영세한 상인들이 다른 물건을 팔면서 같이 판매한다. 1부에 5,000동(약 250원).

한국과 베트남 수교(1992년) 이후 베트남 언론이 가장 많이 다룬 한국의 뉴스는 어떤 분야일까. 한국이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국 자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로 알려진 만큼 경제 뉴스가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치’ 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 기사 비중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문 지면이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베트남 언론의 보도 형태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27일 발행된 하노이 베트남국립대(VNU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저널 3권(No.2b)에 실린 ‘한-베 수교 25년간 베트남 신문에 나타난 한국 관련 기사 분석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현지 당 기관지인 ‘난단(Nhan Dan)’과 진보 성향의 매체 ‘뚜이쩨(Tuoi Tre)’ 등 두 신문이 199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5년 동안 보도한 한국 관련 기사 7,335건을 전수 조사해 나온 결과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후원으로 연구를 진행한 응우옌 티 탄 후엔(44) 하노이 베트남국립대(VNU)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학생 등 연구원 50여명이 도서관 자료실에 축적된 25년치 신문을 분석했다”며 “각 기사를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분야로 분류한 뒤 다시 세분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치 기사가 가장 인기

두 신문이 그간 보도한 한국 관련 기사 7,335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정치 분야(60.2%ㆍ4,416건)였다. 베트남 신문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 5건 중 3건이 정치 뉴스였다는 얘기다. 이어 사회 분야 기사가 1,222건(16.7%), 문화 919건(12.5%), 경제 분야 뉴스가 778건(10.6%)을 차지했다.

정치 뉴스는 다시 한국 내 정치, 남ㆍ북 관계, 한ㆍ베 관계, 한ㆍ제3국 관련 뉴스로 분류됐는데, 남ㆍ북한 이슈(29.9%)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남북한과 함께 수교를 맺고 있다.

한ㆍ베 관계 뉴스 비중(16.2%)은 제일 낮았다. 모두 718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수교 후 첫 5년 동안 200건 가까운 뉴스가 나온 이후 이 수준을 넘어선 경우는 없었다. 수교 후 5년 동안 가장 주목받은 소식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하노이 한국대사관 설치 관련 뉴스 등이었다.

베트남 매체는 한반도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남북한이 관련된 기사(29.89%)를 비중 있게 다뤘다. 또 4건 중 1건(24.1%)은 한국 내 정치 소식을 전했는데 대부분이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 이슈가 차지했다. 후엔 교수는 “부정적인 소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음식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어

수교 후 첫 5년 동안 132건에 불과했던 사회 분야(한국인의 일상생활, 교육, 과학, 의료) 기사는 그 이후 5년 사이 232건으로 늘었고, 최근 5년 동안에는 344건으로 증가했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인의 삶’과 관련된 기사의 급증. 전체 사회 기사 중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기사가 압도적(64.6%)으로 많았다.

1998~2002년 5년간 100여건에 불과하던 한국인의 생활에 대한 기사 수는 2008~2012년 사이 230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유학, 해외 근무 등으로 양국 국민 교류가 그만큼 빈번해진 데서 나타나는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12.5%의 비중을 차지한 문화 관련 기사에서는 예술, 공연, 스포츠 뉴스가 눈에 띄게 많았다. 하지만 한국 음식과 식생활 보도의 경우 25년을 통틀어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매체에서 23건의 기사만 출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후엔 교수는 “한국 음식은 한국을 소개할 때 큰 역할을 하지만 기사가 많지 않았다”며 “음식 기사도 대부분 음식 축제에 대한 것이고, 그중 김치와 떡볶이 이야기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한국 기사 부재는 정부탓

한국 사람들의 예상과 현실의 비대칭은 경제 분야 기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베트남에서 한국이 외국직접투자(FDI) 1위, 공적개발원조(ODA) 2위, 교역 3위인 나라이고, 삼성전자 한 곳에서만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25년 동안 고작 관련 기사는 778건만이 보도됐다. 10건 중 1건 꼴이다.

후엔 교수는 “이상하리만치 한국의 경제에 대한 기사가 적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훌륭한 홍보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용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홍보전략 부재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베트남 언론과 일본 기업, 기관을 연결하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하노이에서도 지난 11월 29일 ‘베트남 언론과의 만남(Vietnam Media Meetup)’ 행사를 가졌는데, 베트남 매체 40여 개와 일본 기업ㆍ기관 60여 곳이 참석해서 우의를 다졌다. 이 중에는 한국의 코트라와 같은 JETRO와 일본상공회(JBAV) 등이 참석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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