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ㆍ치유재단, 위로금 1억원
제대로 설명 않고 지급에만 급급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부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행을 위한 재단 설립을 촉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재단이 생존 피해자 위로금 지급에만 급급해 설득 과정이 다소 무리하게 추진된 정황도 확인됐다.
2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화해ㆍ치유재단 점검ㆍ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는 2015년 12월 30일 관계부처 회의에서 여가부와 별도 상의 없이 재단 등록부처로 통보했다. 이듬해 1월6일 박 전 대통령의 “조용하고 신속하게 (재단) 설립을 추진하라”는 구두 지시가 외교부를 통해 여가부에 전달됐다. 이후 여가부는 통상 20일 넘게 걸리는 법인설립허가를 5일 만에 처리했고 재단 사무실 계약을 소속 직원 이름으로 하는 등 통상적인 직무 범위를 벗어날 만큼 재단 설립을 서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엔(약 108억원)의 배상금을 생존 피해자에게 1억원씩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과정에서 1억원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온전한 피해자 의사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확인됐다. 외교부, 여가부, 재단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합의일 기준 생존자 47명 중 38명을 대상으로 평균 4, 5차례(최고 7차례) 면담을 실시했는데, 일부 피해자의 위로금 수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는 발언들이 있었다.
또한 생존 피해자들이 위로금 수령을 위해 ‘지급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필 서명은 전체 수령자 34명 중 7명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작성하는 것이 곤란하면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 했지만, 일부는 치매ㆍ고령ㆍ언어 문제 등으로 의사표시가 제한적이고 타인에 의해 왜곡될 여지가 있다는 게 여가부 점검반의 설명이다. 합의일 기준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90.4세였다. A할머니의 경우 여가부 점검반이 현금수령 동의여부에 관해 보호자의 설명과 질문에 대해 물었으나 ‘으’ ‘으으’와 같은 의성어만 반복했는데, 동의로 간주됐다.
여가부가 합의 직후인 2016년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민간사업 지원을 중단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관여하지 말고 정부 색을 없애라”는 구두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여가부는 이미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2014년(3,700만원), 2015년(4억4,000만원)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고 있었다. 민간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일자 여가부는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추진이 원칙이어서 정부 지원 시 심사에 불리하다"고 해명해 왔는데, 그 배경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재단 해산과 관련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효식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은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일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통상적인 과정과 달랐던 부분은 있지만 현재로선 재단 해산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이번 점검을 바탕으로 향후 재단 운영 방향은 외교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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