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이사 등재 17% 그쳐
이사회 의결 따른 책임 회피 의도
사외이사가 부결시킨 안건 단 3건
기관투자자 반대 비율 5.8% 불과
집중투표 도입 7곳… 실시는 전무
수십개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상 법적 책임을 지는 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비율이 5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총수의 ‘책임경영’은 갈수록 후퇴하는 반면, 총수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침묵’하는 관행은 그대로였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대기업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955개 가운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7.3%(165개)에 그쳤다.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은 2012년 27.2% 2014년 22.8% 2016년 17.8%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특히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전체의 5.1%(49개)에 불과했다.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등 8개 그룹은 총수가 이사로 전혀 등재되지 않았다. 반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22개 계열사 중 7개에, 부영은 이중근 회장이 22개 계열사 중 16개 회사에 이사로 등재됐다.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를 기피하는 건 이사회 의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13년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며 총수일가의 이사회 이탈 경향은 더 심해졌다.
한편 총수일가의 경영 ‘독주’를 제어할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최근 1년간(2016년4월~2017년4월) 대기업 상장사 169개사의 이사회 안건 4,361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이 가결되지 않은 건은 17건(0.39%)에 불과했다. 아예 부결된 안건은 고작 3건(0.07%)이었다.
주주들도 이사회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드물었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기업 상장사 162개사의 주주총회(안건 1,048건)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반대 비율은 5.8%에 그쳤다. 이는 해외 기관투자자 반대 비율(10.9%)의 절반 수준이다. 사외이사와 기관투자자 모두 감시ㆍ견제 장치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유명무실했다. 대기업 상장사 169개사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4.1%(7개사)에 불과했고,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곳은 전무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 1표’의 원칙을 적용하는 대신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표)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해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내년에 상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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