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상 콘텐츠는 진화 중이다. 기술력이 날로 발전함으로써 그동안 주를 이뤘던 멜로나 스릴러 장르뿐만 아니라 판타지까지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과거 판타지나 스케일이 큰 작품은 할리우드 작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대한민국 표’ 판타지의 가능성이 생긴 것.
그 결과 나온 것이 지난해에는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도깨비’였다. 두 작품은 각각 국내 상업영화 및 드라마로는 최초로 좀비와 도깨비라는 가상의 존재를 다루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연이은 성공으로 국내 영상 제작자들의 자신감을 키웠다.
2017년에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과 23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화유기’ 두 작품은 기존 여느 작품들보다 더 많은 CG들이 삽입돼 기대를 모았다. 다만 한쪽은 웃었고 한쪽은 울상이다.
먼저 웃은 쪽은 ‘신과함께’다. 사실 ‘신과함께’는 당초 2017년 여름 개봉을 계획에 두고 촬영을 시작했다. 할리우드 마블 시리즈물처럼 2편도 함께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국내 최대 영화 시장인 여름을 겨냥해야 했던 것이다. 2017년 여름과 2018년 여름, 두 시기에 각각 1, 2편을 하나씩 선보인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후반 작업으로 인해 욕심을 버리고 일찌감치 개봉을 미뤘다. 제작 및 촬영기간이 긴 것뿐만 아니라 후반작업까지 오래 걸리는 작품을 개봉날짜에 맞춰서 작업을 한다는 건 무리가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겨울에 개봉한 ‘신과함께’는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한 CG와 배우들의 열연이 합해져 개봉 7일 만인 26일 오후 4시 기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12월 개봉작 중 최단 기록이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연휴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하며 국내 판타지 장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신과함께’의 CG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리 오픈된 티저 예고편의 분위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특히 과거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고’로 실패를 맛본 것에 대해 우려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한국일보닷컴과 인터뷰에서 “실패로 인해 덱스터스튜디오가 엄청난 성장을 했을 거다. 그 사이에 중국영화도 많이 만들었고, 공정들을 봤을 때 충분히 ‘신과함께’를 잘 구현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드라마 ‘화유기’ 역시 첫 회에서 화려한 CG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기대치는 2회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24일 방송된 ‘화유기’ 2회에서 악귀 역을 한 스턴트맨들의 와이어가 CG로 지워져야 했지만 그대로 전파를 탔다. 있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판타지 장르 특성상 이는 마술사의 비법이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어 김이 샐 수밖에 없다.
특정 신뿐만 아니라 ‘화유기’는 방송 한 회차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방송처럼 내보내는 바람에 중간에 방송을 끊어야 했다. ‘화유기’ 측은 “‘화유기’ 2화가 후반 작업이 지연돼 방송 송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입고 지연으로 방송되지 못한 화유기 2화 완성본은 추후 다시 방송할 계획”이라며 결국 다음 날인 25일 재편집 본을 따로 방송하는 초유의 방송 사고를 냈다. 이에 ‘화유기’는 방송 2회 만에 ‘역대급 방송사고’라는 오명이 붙었다.
‘화유기’는 스턴트나 분장이 많기 때문에 촬영 자체부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후반 작업에도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다. 2회 만에 방영 도중 방송을 중단할 만큼 ‘화유기’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방송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것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여러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일정을 밀어 붙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는 만큼 ‘화유기’ 역시 사전 제작이 고려됐어야 할 작품이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지난 10월부터 차승원과 오연서가 미리 촬영을 준비를 하기는 했으나 이승기의 분량이 많은 만큼 그가 제대한 후에야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배우, 대본, CG 모두 잡기 위해 욕심껏 촬영하고 있지만, 2회 만에 사고를 낸 ‘화유기’가 과연 끝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방송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화유기’는 2편 이후 오히려 ‘화제가 돼서 봤는데 재밌었다’ ‘노이즈 마케팅이 됐다’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한 번의 실수가 진화되고 있어 분위기가 아주 나쁘지만은 않지만, 또 다른 실수가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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